창립 40주년 맞은 유럽 최장수 입양 동포 단체 손영선 회장
스웨덴 내 입양 동포 약 1만 명…"다채로운 기념행사 준비 중"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우리 세대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 그리고 손주 세대를 위해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미래 세대가 한국의 뿌리와 문화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스웨덴한인입양인연합회(AKF) 손영선(52·스웨덴 명 베로니카 손)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주최 '2026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1986년 창립된 AKF는 유럽 내 한인 입양 동포 단체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조직이다. 현재 스웨덴 내 한인 입양 동포는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5년부터 AKF를 이끄는 손 회장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19일 스톡홀름에서 추석 행사와 연계해 입양의 역사와 정체성 문제를 되짚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6.25전쟁 이후 시작된 해외 입양의 역사를 돌아보는 강연과 함께 동포 2세 감독 신한섭이 연출한 단편영화 '반달'(Vandal) 상영회가 열린다.
25분 분량의 이 작품은 입양인 아들이 양어머니와 함께 친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입양인 당사자가 아닌 양어머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신 감독은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이주한 부모를 둔 동포 2세로, 영화는 지난 1월 공개됐다. AKF는 행사에 신 감독을 초청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와 강연도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 기간 한복 체험 행사와 한국 전통 공예 행사도 마련된다. 참가자들은 한복을 직접 입어보고 노리개 만들기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지난 8일 열린 입양인 글쓰기 전시회도 40주년 행사와 연계된다. 입양인들이 직접 쓴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해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행사까지 이어진다.
손 회장은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스톡홀름 주재 한국 대사관에도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 명확한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손 회장은 재외동포청이 입양 동포를 위한 행사를 마련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더 많은 입양인이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오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로 오지 못하는 입양인이 많다"며 "화려한 행사보다 더 많은 입양인을 지역 소도시에 초청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한국 음식을 먹고 일상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1991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도 들려줬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 방송 언어가 한국어로 바뀌는 순간 '내가 진짜 한국에 왔구나' 하는 감정이 밀려왔다"며 "한국 음식을 먹고, 모국 냄새를 맡고,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단순한 경험 자체가 입양인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KF는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는 1천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도 각종 행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월 1회 정기 활동을 목표로 독서 토론회와 한국 요리 강좌, 김치 만들기 수업 등을 운영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스톡홀름 최초의 한국 식당인 '아리랑' 창업주의 딸이 직접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은 활동 가운데 하나다.
손 회장은 1977년 당시 네 살 때 세 살 된 남동생과 함께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서류상 출생지는 대구로 기록돼 있으며, 대구의 한 파출소 앞에서 발견된 것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가족 찾기를 시도했지만, 아직 찾지는 못한 상태다.
입양 1세대 상당수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K-팝과 K-드라마 영향으로 이제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입양 2세와 3세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AKF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청이 운영하는 차세대 동포 모국 방문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보 접근성이 낮아 많은 입양 동포가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며 "홍보와 정보 전달 체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체 교통수단을 편성하고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교통정보 전문가로 활동하는 손 회장은 AKA의 존재 이유를 "안전한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입양인들은 자신의 삶을 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AKF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자기 뿌리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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