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없이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른바 ‘현금부자’ 거래를 둘러싸고 세무당국이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섰다. 겉으로는 개인 자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 등 가족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이전받는 ‘꼼수 증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자금조달계획서와 금융거래 자료를 분석해 탈세 의심자 127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이 취득한 주택 규모는 약 36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1700억 원가량이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탈루 금액으로 추정된다.
특히 30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매입한 사례에서 자금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집중적으로 포착됐다. 대표적으로 30대 대기업 직원 A씨는 약 3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구입했지만, 조사 결과 매입 직전 부친이 보유하던 해외 주식인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을 대거 매도해 동일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30억 아파트 뒤에 숨은 자금 흐름 살펴보니
국세청은 이 자금이 사실상 증여된 것으로 보고 증여세 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사회초년생이 20억 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부친에게 10억 원을 빌렸다고 신고했지만, 차용증에 기재된 상환 조건이 비정상적이었다.
상환 시점을 부친 사망 이후로 설정하고 이자 역시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도록 한 점이 문제가 됐다. 세무당국은 이를 실질적으로 갚을 의사가 없는 ‘위장 대출’로 판단해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증 중이다.
이 밖에도 사업소득을 축소 신고해 마련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도 적발됐다. 농산물 유통업자가 매출 일부를 누락해 현금을 확보한 뒤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병·의원에서 발생한 비급여 수입을 신고하지 않고 고가 주택을 사들인 정황이 확인됐다.
이처럼 현금 거래를 통해 소득을 숨긴 뒤 부동산으로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이 주요 탈루 유형으로 꼽힌다. 국세청은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모 자금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형식상 차용이라 하더라도 상환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거나 실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증여로 간주해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수 검증이 진행 중이며,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뿐 아니라 가격 상승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탈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대 40%의 가산세가 부과되는 등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편법 증여는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고가 주택 취득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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