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에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창업 프로젝트에 6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청년층과 지역 기반 창업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창업 열기도 두드러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진행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접수 결과, 총 6만2944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가 주관한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일반·기술 트랙 신청자는 5만1907명, 로컬 트랙은 1만1037명으로 집계됐다.
공식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접수 마감일 기준 누적 접속자는 141만8600명을 넘어섰고, 회원가입 수는 13만5036명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분당 약 19.5명이 플랫폼에 접속했고, 약 1.9명이 회원가입한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청년층 참여다. 전체 신청자의 68%인 4만2798명이 39세 이하 청년층이었다. 최연소 신청자는 9세, 최고령 신청자는 90세로 집계됐다. 외국인 신청자도 540명에 달했다. 창업이 특정 연령이나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창업 열기도 강했다. 수도권 외 지역 신청자는 전체의 53.4%인 3만3628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6년 예비창업패키지 지역 신청 비중(30%)보다 23.4%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로컬 트랙의 지역 신청 비중은 69.4%로 나타나 지역 기반 창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분야별로는 기술 창업 선호가 두드러졌다. 일반·기술 트랙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IT로 1만4728명(28.4%)이 신청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가 1만1360명(21.9%), 교육 분야가 4077명(7.9%)으로 뒤를 이었다. 로컬 트랙은 생활 분야가 7069명(64.1%)으로 가장 많았고, 식음료(F&B)가 2992명(27.1%)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AI가 창업 트렌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일반·기술 트랙 신청서 가운데 ‘AI’ 키워드가 포함된 아이디어는 1만5339건으로 전체의 29.6%를 차지했다. 한 줄 아이디어 키워드 분석에서도 ‘AI’가 1만1500건(42.2%)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자동’, ‘데이터’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로컬 창업 분야에서는 ‘브랜드’, ‘공간’, ‘관광’ 키워드 언급이 많았다. 단순 자영업 형태를 넘어 지역 정체성과 콘텐츠를 결합한 로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프로젝트가 창업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줬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중기부가 참여자 10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창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도전’이라는 인식은 프로젝트 인지 전 64%에서 인지 후 33.1%로 낮아졌다. 반면 ‘창업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7.2%에서 89.5%로 증가했다.
다만 높은 참여 열기가 실제 창업 성공률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초기 창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과 시장 검증, 재도전 지원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단기적인 창업 붐을 넘어 생존율과 스케일업까지 연결되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중기부는 접수된 약 6만 개 아이디어를 전국 멘토기관 검증을 거쳐 오는 6월 중 5000명의 창업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선정된 참가자에게는 AI 솔루션, GPU 지원, 규제 스크리닝(사전 규제 검토) 등 맞춤형 지원이 제공된다.
선정되지 못한 참가자를 위한 후속 지원책도 마련한다. 캠퍼스 투어 과정에서 제기된 ‘실패 후 재도전 지원’과 ‘선배 창업가 네트워킹 확대’ 요구를 반영해 재도전 멘토링과 지역별 창업 특강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한성숙 장관은 “6만2000여 개 도전이 국가 창업 시대의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선정된 아이디어는 물론 선정되지 못한 참가자에게도 재도전 기반을 제공해 창업 생태계 저변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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