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하루 전 계약한 오피스텔의 압류 사실을 통보받은 청년. 법원은 이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가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AI 생성 이미지
부산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려던 한 청년이 입주 하루 전 계약한 오피스텔이 압류된 사실을 통보받았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5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낮춰 주겠다"며 계약 유지를 제안했지만,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단기 거주라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임대인의 재정 파탄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이므로 즉시 계약을 해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법원의 판례를 통해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본다.
황당한 압류 통보…보증금 500만→100만 원 '솔깃한 제안'
부산의 한 회사에서 인턴십을 앞둔 A씨. 지난 12월 13일, 그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63만 원 조건으로 회사 근처 오피스텔 가계약을 마쳤다.
가계약금으로 한 달치 월세를 선지급했고, 12월 31일에 보증금 잔금을 치를 예정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지만, 잔금 지급을 하루 앞둔 12월 30일 공인중개사로부터 날아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계약한 302호가 압류 상태라는 것. 심지어 집주인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연은 이랬다. 같은 건물 101호의 다른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당시 비어 있던 302호를 임의로 압류했던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이러면 불안해서 어떻게 계약하냐"고 항의하자, 집주인은 A씨에게 "원래 넣기로 한 보증금 500만 원을 내지말고, 100만원만 넣고 살면 안되겠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당장 입주해야 하는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단기면 OK" vs "명백한 위험 신호"…변호사들의 격돌
이 상황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단기 거주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강민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창신)는 "가압류만으로는 경매가 불가능하고 확정판결을 얻어야 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라며 단기간 거주라면 계약을 해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심교준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단기 임대차이고, 보증금이 1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면, 2개월의 월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므로 큰 리스크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충호 변호사(HB & Partners)는 정반대의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그는 "임대인이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가압류가 된 상황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보증금을 100만 원으로 낮추는 것은 위험 부담을 일부 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라며, "계약 체결 당시 고지받지 못한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이를 근거로 가계약의 해제 및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판단됩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법원의 판단은? 계약 해제하고 보증금 돌려받을 '정당한 권리'
법원은 이러한 경우 임차인의 불안감을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 유사 사건에서 법원은 임차인이 압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해 압류 등기가 말소될 때까지 보증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5. 6. 11. 선고 2014가단23098 판결).
즉, A씨는 집주인의 제안과 무관하게 압류가 해결되기 전까지 보증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압류는 A씨의 귀책사유가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가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1달치 월세)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 또한 정당한 권리다.
전문가들은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계약을 해제하고 지급한 돈을 돌려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집주인이 반환을 거부하면 내용증명 우편으로 계약 해제 의사를 통보한 뒤 소액사건심판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계약 전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설명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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