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감정에 휩쓸린 삼성 노사 협상…'동상이몽' 넘어 '오월동주'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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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감정에 휩쓸린 삼성 노사 협상…'동상이몽' 넘어 '오월동주'의 위기다

비즈니스플러스 2026-05-19 11:35: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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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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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갈수록 본질을 잃고 있다. 성과급 배분 구조를 둘러싼 이견도 첨예하지만, 최근 불거진 노조 지도부의 잇단 설화와 내부 분열 양상은 협상 자체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노사가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보다 '누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가'에 매몰되는 순간, 협상은 타협의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충돌로 변질된다.

최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지도부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 실언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파업 국면 직후 해외 휴가 논란, 타사 노조를 향한 부적절한 언급, 비반도체(DX) 부문을 겨냥한 내부 메시지까지 연이어 외부로 노출되면서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DX 솔직히 못해먹겠다"는 표현은 단순한 하소연 이상의 의미로 읽힌다. 교섭 대표가 특정 사업 부문 조합원들과의 협상 자체를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스스로 조합 내부를 DS와 DX로 갈라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공정대표의무 논란과 법적 분쟁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DX 부문 조합원들이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도 이런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노조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에 있는 기업의 노사 갈등은 곧 시장 신뢰와 직결된다. 협상 테이블에서 감정적 언사가 반복되고, 내부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외부 커뮤니티에 유출되는 상황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전략보다 조직 불안정성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성과급 재원 논란 역시 냉정한 설계보다 정치적 접근이 앞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부문별로 광범위하게 재분배하자는 안은 연대의 명분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적자 사업부와 흑자 사업부 간 성과 차이를 어느 수준까지 희석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설득과 내부 합의가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성과주의 체계는 냉혹하지만 기업 운영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성과 격차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동기 체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사측 역시 숫자와 원칙만 앞세운 채 조직 내 상대적 박탈감과 희생 논리를 외면해서는 협상 동력을 얻기 어렵다. 결국 노사는 서로를 압박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자의 논리가 시장과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강경함이 아니라 절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감당 가능한 수준의 접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명분 경쟁과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는 정치 투쟁에 가까운 모습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중국 소설인 '삼국지' 속 제갈량은 적벽대전 이후 손권과 유비의 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감정을 통제하며 균형을 관리했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달라도 공동의 목표가 무너지면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삼성전자 노사 분위기에서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보다 내부 결속용 발언과 감정적 대응이 먼저 노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린다. 원수지간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을 때 풍랑이 닥치자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 역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거센 파고 앞에서 결국 같은 배를 탄 처지다. 내부 갈등과 감정적 언사로 서로에게 균열을 내는 사이, 경쟁국 기업들은 생산성과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혼란이 한국 산업 전반의 노사 문화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강경할수록 존재감을 인정받고, 사측은 버틸수록 유리하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생산적 협상 문화는 설 자리를 잃는다. 특히 첨단산업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감정적 대립은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산 정약용은 "작은 분노를 참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친다"고 했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 순간의 감정과 강경 발언은 박수와 환호를 얻을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한 합의를 만들지는 못한다. 협상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신뢰의 무게로 성립된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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