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가면 적자"…꽃게철에도 출어 포기한 인천 연평도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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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가면 적자"…꽃게철에도 출어 포기한 인천 연평도 어민들

연합뉴스 2026-05-19 10:4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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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그물값 인상까지…꽃게 작업장·냉동창고 '썰렁'

작년보다 꽃게 어획량 300% 늘었다는데…어민들은 체감 못하고 '울상'

출어 포기한 꽃게잡이 어선 출어 포기한 꽃게잡이 어선

[촬영 황정환]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지난 18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선착장 인근 항포구. 꽃게잡이 닻자망 어선 여러 척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산란기를 앞둔 암꽃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풍경이다.

보통 이맘때면 꽃게 조업에 나선 어선들로 항구가 비어 있어야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어선 8척이 서 있었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업을 나가도 꽃게가 잡히지 않는 데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어민들이 출어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외국인 선원들은 작업장에 쌓인 어구 사이에서 그물을 연결하는 400m 길이의 와이어를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13년째 닻자망 어선을 몰고 있는 이모 선장은 "요즘 시기에는 어선이 모두 바다에 나가 있는 게 정상"이라며 "나갈 때마다 적자를 보니 2척 가운데 1척은 출어를 아예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경인서부수협에 따르면 어업용 면세유 경유 가격은 200L 기준 지난 3월 18만5천800원에서 지난달 1일부터 50% 가까이 인상된 27만7천180원이다.

이 선장은 "배 1척이 하루에 쓰는 기름값만 170만∼180만원 수준"이라며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를 활용해 만드는 그물값도 지난해보다 30∼40% 올라 외국인 선원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4월부터 지난 15일까지 꽃게 조업을 포함한 연평도 출어 횟수는 2천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여건 줄었다.

새벽 조업 마치고 돌아온 어선 새벽 조업 마치고 돌아온 어선

[촬영 황정환]

새벽 조업을 마치고 연평도 당섬 선착장으로 돌아온 어선의 선원들도 웃지 못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갑판 위 박스를 차량으로 쉴 새 없이 옮겼지만, 수심이 가득했다.

박스 안에는 박대와 장대, 광어 등만 가득했을 뿐 상대적으로 값이 좋은 꽃게는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전 5시에 출항해 8시간 만에 돌아온 한 선장은 수족관 쪽을 가리키며 "오늘 잡은 꽃게는 이게 전부"라고 했다. 두 박스에 담긴 꽃게는 50㎏ 남짓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어선 '해동호'의 꽃게 어획량도 암꽃게 50㎏, 수꽃게 20㎏ 총 70㎏ 수준에 불과했다.

최승진(65) 해동호 선장은 "예년 같으면 하루 기본 200∼250㎏ 잡았는데, 올해는 단 한 번도 100㎏을 넘긴 적이 없다"며 "배 한번 나가면 최소 300만∼4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오늘 수익은 해봐야 2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꽃게 사라진 꽃게잡이 어선 꽃게 사라진 꽃게잡이 어선

[촬영 황정환]

꽃게가 자취를 감추면서 선별 작업장도 적막했다.

팔레트를 옮기는 지게차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고, 영하 45도 급속 냉동 창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원래라면 꽃게를 선별한 뒤 이곳에서 급속 냉동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올해는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닻자망 3척을 보유한 선주 이모 씨는 "전문가들도 정확한 이유를 몰라 전망이 번번이 빗나가는데 우리가 바닷속 상황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지금 연평도 꽃게 조업은 식당으로 치면 사실상 폐업 수준"이라고 말했다.

텅빈 급속 냉동창고 텅빈 급속 냉동창고

[촬영 황정환]

어민들은 봄철 조업 부진이 심각했던 지난해보다 올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통계상 어획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총허용어획량(TAC) 기준으로 집계한 지난 4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55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 최근 5년(2021∼2025년) 평균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이수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19일 "통계와 현장 체감이 다른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기름값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늘면서 어획량이 증가했더라도 실제 소득이 줄면서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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