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삼성SDI가 전기차(EV) 배터리 부진을 딛고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방 수요 둔화로 자동차전지 부문 부담은 여전하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소형 원통형 배터리, 전자재료 사업이 개선되며 적자 폭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품질 관리와 백업 전원 수요가 커지며 ESS가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 삼성SDI, 1Q 영업손실 대폭 줄여…美 시장 ESS 판매 확대 주효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5764억원, 영업손실 1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64.2%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배터리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수익성 저점 통과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당기순이익도 56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사업별로 보면 배터리 부문은 1분기 매출 3조3544억원, 영업손실 1766억원을 기록했다. 전력용 ESS와 UPS, 배터리백업유닛(BBU), 전동공구용 배터리 수요를 회복하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5% 늘었고 영업손실도 61.0% 감소했다. 미국 현지 ESS 생산·판매 확대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확대와 고부가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전자재료 부문도 반도체 소재 판매 호조와 디스플레이 소재 반등에 힘입어 매출 2220억원, 영업이익 21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 이익 방어 역할을 했다.
눈에 띄는 변화로는 ESS 사업 위상을 들 수 있다. 과거 배터리 산업 성장 공식은 전기차 판매 확대에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새로운 수요처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뿐 아니라 순간적인 부하 변동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ESS는 단순히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이 아닌 전력 품질 유지, 피크 부하 완화, 비상 전원 보완, 계통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받고 있다.
iM증권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향(向) ESS 배터리 출하량은 2025년 약 12GWh에서 2027년 61GWh, 2030년 272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체 ESS 수요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5% 수준에서 2030년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ESS 매출 역시 2025년 2조8960억원에서 2026년 4조6210억원, 2027년 7조9510억원, 2028년 9조158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ESS 영업이익은 2026년 5220억원에서 2028년 1조699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은 특히 삼성SDI에 중요한 무대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보강 수요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 데다 중국산 ESS와 관련한 규제 흐름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1분기 미국 대형 거래선과 전력용 ESS 각형 리튬인산철(LFP)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 데이터센터용 BBU 고출력 배터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의 ‘해외우려기관’ 규정에 대응하기 위한 LFP 소재 공급망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달리 데이터센터용 ESS는 안정성, 품질, 공급망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삼성SDI 프리미엄 제조 역량이 부각될 여지가 크다.
▲ 유럽 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효과 ‘기대’…“전력 인프라 기업 재평가 시점”
자동차전지 부문도 회복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삼성SDI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고객 기반을 넓혔다. 하이브리드차용 탭리스 원통형 배터리 프로젝트도 수주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내연기관차 총소유비용 상승이 맞물릴 경우 하반기부터 가동률 개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유럽 내 중국 배터리 공세, 완성차 업체 판매 전략 조정은 여전히 부담이다.
전자재료 사업은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용 고부가 소재 수요 확대가 이어지며 반도체 패터닝 소재와 OLED 소재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 배터리 사업이 대규모 투자와 업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인 만큼 전자재료의 안정적인 이익 기여는 삼성SDI의 재무 체력을 보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삼성SDI 향후 경영 기상도는 전기차 부진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느냐보다 ESS 중심 새 성장 동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장 둔화는 배터리 업계 전반 부담이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는 배터리 수요 성격을 바꾸고 있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미국 ESS 시장 확대, 고부가 원통형 배터리 호조 등을 발판으로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AI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