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돈 더 낼 테니 신약 빨리 썼으면"…암환자들의 절박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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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돈 더 낼 테니 신약 빨리 썼으면"…암환자들의 절박한 외침

연합뉴스 2026-05-19 06:1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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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25% "고비용에 비급여 항암제치료 포기"…39% "비급여치료로 형편 나빠져"

암환자 87% "본인부담 늘어도 신약 급여 확대해야"…'신속치료 접근성' 요구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 암 환자들의 항암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95%)을 유지하기 위해 유효성과 경제성 평가 등 까다로운 검토 절차를 거치다 보니, 희귀암 항암제의 경우 급여율이 57.6%에 그치고 급여 등재까지 평균 21.8개월이 걸리는 실정이다.

문제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다. 신약 접근이 늦어지는 사이 상당수 암 환자들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한종양내과학회 보험정책위원회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암 환자 270명(진행성·전이성 암 환자 56%, 항암치료 60%)과 암이 없는 일반인 271명 등 총 5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자 본인부담률 상향에 대한 수용도 및 지불의사 파일럿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암 치료 환자 암 치료 환자

[AI가 만든 이미지]

◇ 비급여 항암제 지출 81%가 한 달 300만원 이상…1천만원 이상도 27%

설문에 응답한 암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는 최근 3년 이내 의료진으로부터 효과가 우수한 비급여 항암제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들 가운데 25%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존 치료를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비급여 치료를 선택한 환자들의 부담도 상당했다. 68%가 경제적 부담을 느꼈으며, 39%는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출 규모는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급여 항암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월평균 지출액을 보면 전체의 81%가 매달 300만원 이상을 약값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월 300만∼500만원과 500만∼1천만원이 각각 26%를 차지했고, 월 1천만원 이상을 부담한다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반면 환자들이 '가계에 무리 없이 추가 지출할 수 있는 금액'으로 꼽은 수준은 75%가 월 100만원 이내(50만원 미만 34%, 50만∼100만원 41%)에 머물렀다. 실제 치료비와 환자의 지불 능력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 암 환자 87% "내 돈 더 낼 테니 신약 급여 확대해달라"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환자들이 무조건적인 국가 지원만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암 환자의 급여 항암제 본인부담률을 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설문에서 '본인부담률을 지금보다 높이는 대신 더 많은 비급여 항암제를 신속하게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들여오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암 환자의 8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이 51%, '긍정적'이 36%였다. 일반인 역시 87.4%가 같은 정책 방향에 찬성했다.

실제 부담 의향도 높았다.

'효과적인 항암신약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약값의 최대 몇 %까지 직접 부담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암 환자의 86%는 현재 5%보다 높은 수준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10%(39%)였으며, 20%(19%), 15%(10%) 순이었다.

또 '신약 급여화를 위해 매월 추가로 건강보험료나 의료비를 부담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암 환자의 90%가 월 10만원 이상, 68%는 월 30만원 이상을 더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환자의 60%가 "비급여 약값이 너무 비싸 차라리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답했다. "신약 치료 기회를 얻는 것이 경제적 부담보다 더 중요하다"는 응답도 22%에 달했다.

암 환자 암 환자

[AI가 만든 이미지]

◇ "본인부담상한제 한도 높이고, 비급여 항암제도 포함해야"

연간 본인부담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한 인식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상한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2026년 기준 소득 상위 10%의 상한액은 약 843만원 수준이다.

연구팀이 '상한액을 높이는 대신 절감된 재정으로 고가 신약을 더 빨리 급여화하는 방안'에 관해 묻자 암 환자의 8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응답자의 79.3%는 연간 본인 부담 상한액을 현재보다 높여 1천만원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암 환자의 90% 이상은 비급여 항암제 비용 일부를 본인부담상한제 계산에 포함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국가가 환급해주는 방식의 제도 확대에 찬성했다.

일반인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의 약 90%가 비급여 항암제 비용을 상한제에 포함하는 방안에 동의했으며, 절반 이상은 본인 부담 상한액의 약 20%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학회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건강보험 체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항암제 치료에서 '낮은 본인부담률'이 정책의 핵심 가치였다면, 이제는 '신속한 치료 접근성'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암 환자 입장에서는 5% 부담 원칙이 유지되더라도 신약 접근이 지나치게 늦어지는 구조보다,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치료 기회를 앞당기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한 보장률 중심이 아니라 신속한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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