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는 엄마가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에 처음으로 반대가 동의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공개한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4.12%로 집계됐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33.83%였다. 두 응답의 차이는 0.29%포인트였지만 관련 문항이 공개된 2007년 이후 반대가 동의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 응답에서는 ‘반대’가 27.86%, ‘매우 반대’가 6.26%였다. ‘동의’는 26.91%, ‘매우 동의’는 6.92%로 나타났다.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05%였다. 찬반 응답이 비슷한 수준을 보인 가운데 유보적 응답도 30%를 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5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
해당 문항은 복지 인식 부가조사에 포함된 항목으로 2007년부터 공개됐다. 2007년 첫 조사 때는 양상이 달랐다. 당시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은 64.7%였다. ‘매우 동의’ 16.4%, ‘동의’ 48.3%를 합친 수치다. 반대 응답은 17.7%로 ‘반대’ 15.9%, ‘매우 반대’ 1.7%였다.
18년 사이 동의 응답은 64.7%에서 33.83%로 30.87%포인트 줄었다. 반대 응답은 17.7%에서 34.12%로 16.42%포인트 늘었다. 첫 조사 당시에는 동의가 반대보다 47%포인트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가 동의를 근소하게 앞섰다.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복지패널 조사 보고서
이 변화는 자녀 돌봄을 어머니의 전담 역할로 보던 인식이 약해진 흐름과 맞닿아 있다. 맞벌이 가구가 늘고 여성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육아를 특정 성별의 몫으로만 보는 시각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돌봄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상반기 전국 7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6년 출범한 한국복지패널을 통해 매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복지 인식 관련 부가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도 나타난 변화…아빠 돌봄 시간 늘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실제 가정 내 돌봄 시간 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6일 개최한 ‘2026 생활시간조사 학술대회’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가정 내 가사·돌봄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은 2014년과 2019년, 2024년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토대로 근로시간 변화가 일상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2014년 29.5%에서 2024년 14.8%로 줄었다. 평일 평균 유급근로 시간도 10년 동안 약 49분 감소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변화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맞벌이 아버지의 10세 미만 자녀 돌봄 시간은 하루 평균 26분 늘었다. 아이와 놀아주거나 대화하는 정서적 돌봄은 19분 증가했고 씻기기와 먹이기 같은 신체적 돌봄은 8분 늘었다.
여성의 가사 부담은 일부 줄었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 시간은 하루 평균 32분 감소했고 식사 준비 시간도 21분 줄었다. 이에 따라 맞벌이 부부 간 가사·돌봄 시간 격차는 2014년 180분에서 2024년 103분으로 77분 감소했다.
다만 격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2024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돌봄 시간은 여성이 181분, 남성이 78분으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차이는 줄었지만 여성의 가사·돌봄 시간이 여전히 남성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외벌이 유자녀 가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벌이 남성의 유급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58분 줄었고 자녀 돌봄 시간은 28분 늘었다. 신체적 돌봄 시간은 21분 증가했고 가사 전체 시간도 22분 늘었다. 반면 외벌이 여성의 가사 전체 시간은 240분에서 206분으로 감소했지만 10세 미만 자녀 돌봄 시간은 236분에서 256분으로 오히려 20분 증가했다.
자녀가 없는 비혼가구에서는 줄어든 노동시간이 휴식 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비혼 남성은 유급노동 시간이 22.8분 감소하는 동안 TV 시청과 휴식 등 수동여가 시간이 20.9분 늘었다. 반면 친구나 지인을 직접 만나는 대면교제 시간은 9.9분 줄었다. 비혼 여성 역시 유급노동 시간이 49.1분 줄었고 수동여가는 15.8분 증가했다. 대면교제 시간은 6.7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