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700년 세월을 떠돌던 고려 불상의 자비로운 미소가 마침내 고향 서산 부석사에 다시 봉안됐다.
충남도는 지난 17일 서산시 부석사 경내에서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복원 불상 봉안식을 개최하고, 원본과 동일한 성분과 전통 주조 기법으로 제작한 복원 불상을 공개했다.
이번 봉안은 단순한 문화재 복원을 넘어 왜구 약탈과 한일 간 긴 법적 공방의 시간을 딛고 이뤄낸 역사적 상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후기 충숙왕 17년 서주 부석사(현 서산 부석사) 불자들이 조성한 관음보살상으로, 절제된 미소와 자비로운 시선,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조형미를 갖춘 고려 불교미술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불상은 고려 말 왜구 약탈 과정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일본 쓰시마 간논지가 소유권을 보유한 채 쓰시마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특히 2012년 국내로 밀반입된 뒤 절도단 검거와 압수, 조계종의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신청, 부석사의 불상 인도 청구 소송 등 10년 넘는 한일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결국 일본 반환 결정 이후 부석사 측은 “100일간 친견법회 후 반환”이라는 절충안을 제안했고, 한일 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지난해 성사됐다.
당시 전국에서 4만여 명의 불자와 시민이 부석사를 찾아 고려 불상의 귀향을 함께 지켜봤다.
이번 복원 불상 제작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일본 간논지의 공식 복제 허가와 일본 기업 쿠모노스코퍼레이션이 제공한 3D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진했다.
연구원은 수백 년 세월이 남긴 미세한 표면 굴곡과 조각 흔적까지 정밀 복원했으며, 원본과 동일한 합금비를 구현하기 위해 성분 분석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전통 밀랍주조법으로 거푸집을 제작했다.
또 전문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불상 본체를 완성하고, 전통 도금 기법인 개금 방식을 적용해 청동 표면에 옻칠 후 순금박을 입히며 고려 불상의 품격과 생명력을 되살렸다.
이날 봉안식에는 홍종완 충남도지사 권한대행과 신필승 서산시장 권한대행, 대한불교조계종 설정 대종사, 문화유산 전문가,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행사는 명종 5타를 시작으로 육법공양과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경과 및 학술보고, 발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으며, 충남도는 복제 허가에 기여한 전 간논지 주지 다나카 셋코 스님과 3D 데이터를 제공한 나카니와 가즈히데 쿠모노스코퍼레이션 대표에게 도지사 표창을 수여했다.
신필승 서산시장 권한대행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오랜 세월 우리 곁을 떠나 있었지만,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양국의 우호적 협력이 더해져 비로소 자비로운 미소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며 “정성을 다해 복원해 모신 이번 봉안식은 우리 시의 문화 자긍심을 온전하게 되찾은 뜻깊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전했다.
홍종완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봉안은 수백 년 기다림 끝에 이뤄낸 역사적 결실이자 한일 양국의 문화적 신뢰가 만든 상징적 성과”라며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역사적 가치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복원 봉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잃어버린 역사와 정신,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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