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열리는 부산 북갑 선거는 2년 남짓한 임기의 주인공을 결정하는 보궐선거임에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참모' 출신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과거 이 지역에서 저력을 보여줬던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무소속이지만 대권주자급 인지도와 팬덤을 자랑하는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격돌하기 때문이다. 현재 '2강 1중' 구도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그 차이가 그리 확연하지 않은 탓에 이곳 표심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누굴 찍어야 할지 선택이 쉽지 않다보니 누가 당선될 지에 대해서도 주민들 스스로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절대강자 없는 3파전 구도에 표심도 '갈팡질팡'
18일 장날을 맞아 찾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언뜻 보기에는 갖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의 무대였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번 선거의 무게감이 여실히 묻어났다.
구포시장 먹거리 골목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최모 씨는 "모르고 싶어도 뉴스에 여기만 자꾸 나온다"며 "내 한 표가 중요하다고 생각돼 투표는 꼭 할 생각이지만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이모 씨도 "지지율을 보면 차이가 났다가 안 났다가 들쑥날쑥하고 상황이 이래서 누가 인기가 있고 잘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며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하 후보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으면서도 더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 한 후보가 맹렬한 추격세를 보이며 박빙 구도에 다가갔지만 확실한 역전의 교두보를 구축했는지는 불투명하다. 박 후보 역시 10% 이상 뒤처져 있지만 아직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처럼 저마다 '해볼 만 한' 선거 구도가 이어지면서 표심도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관망세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감지된다. 구포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던 40대 주부 이모 씨는 "선거 분위기는 올라왔는데 그래도 아직 보름은 남았지 않나"라며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되면 다들 마음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한 '전재수 그림자', 하정우 얼마나 이어받을까
북갑 지역은 현재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한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최근 3선을 지낸 곳이다. 앞서 3차례나 낙선했음에도 그 과정에서 꾸준히 밑바닥 민심을 훑으며 노력한 끝에 주민들의 선택을 연이어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민심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50대 남성 강모 씨는 "아직 북구가 부산에서 하위권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전재수가 노력해서 이만큼이라도 된 것"이라며 "오래 장사해온 시장 사람들이라면 아니라고는 못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후보는 전 후보의 고등학교 후배인 동시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사무소 역시 전 후보가 과거에 사용했던 구포대교 사거리 건물에 마련했다. 지난 10일 개소식 때도 당 지도부 대신 전 후보가 찾아와 '북구 바통터치' 세리머니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 후보는 전 후보의 지지세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 후보가 20대 총선부터 3번 연속 당선되는 동안 득표율은 모두 50%를 상회했지만 하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상 4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만덕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60대 조모 씨는 "지금까지 계속 전재수를 지지해오고 있지만 전재수가 밀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냥 투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AI 전문가라고 들었는데 아직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단일화 고대하는 보수층…"쪼매 어떻게 안되겠나"
전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내리 3선에 성공한 곳이지만 북갑은 보수세가 뚜렷한 곳이다. 이는 총선을 제외한 역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현재 이 지역 보수 유권자들의 관심은 단연 후보 단일화다. 박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일부 표심 누수를 감안하더라도 양자 대결은 확실히 보수 후보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도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박형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필두로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 촉구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17명 중 10명 이상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에서 단일화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생각을 가진 주민들도 적지 않다. 구포시장 골목 끝에 자리 잡고 막걸리를 마시던 2명의 70대 남성은 "누가 됐든 간에 이번에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밀어주는 모습을 보이면 보수 후보가 당선이 되고 밀어준 사람도 분명 나중에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우기만 하다가 선거 망치면 둘 다 미래가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뒤이어 합류한 남성 역시 "너무 답답하다"며 "각자 상황은 알지만 그래도 좀 어떻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는 21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각 후보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열한 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대적인 규모의 공개 일정 대신 각기 내실을 키우면서 출발선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하정우, 지역 현안과 요구 파악에 주력
하 후보는 부지런히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지역 현안과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폴리뉴스와 만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이해가 없이는 발전이 어렵다"며 "당연히 현지 주민분들로부터 제대로 배워야 정확한 디테일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AI 전문성을 토대로 공약을 내놓고 무기로 활용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하 후보는 최근 자신을 비판한 한 후보를 겨냥해 "제가 'AI 원툴'이라서 아무 데나 AI를 끼워 넣는다고 하는데 원래 AI는 모든 곳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발언 자체가 AI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북구사람' 박민식, 주민 지역행사·간담회 치중
'북구사람'을 내세우는 박 후보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지역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고 수시로 간담회를 여는 방식으로 표밭을 갈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곳 경험이 적은 두 후보와의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폴리뉴스와 만난 박 후보는 하 후보와 한 후보가 각각 내세우는 'AI 전문가론'과 '보수 재건론'에 대해 "AI도 그렇고 보수 재건도 그렇고 왜 뜬금없이 북구에서 하겠다는 건지 유권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자세히 뜯어보면 현실성 없이 추상적인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나홀로 선거전' 매진
반대로 기존 거대양당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는 한 후보는 '나홀로 선거전'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현역 의원들이 대거 출동한 박 후보와 달리 지역민들을 앞세워 자연스럽게 현안 해결 의지를 어필했다.
그는 언론 노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일정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하고 그 대신 골목골목을 누비며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끝까지 낮은 자세로 임하고자 하는 후보의 결단"이라며 "퇴로를 불살랐다는 표현처럼 모든 것을 걸고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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