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소풍’ 없애고 ‘수학여행’ 없애는 건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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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소풍’ 없애고 ‘수학여행’ 없애는 건 답이 아니다

평범한미디어 2026-05-18 23:02: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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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120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3년 여름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교에서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에게 당하는 민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 그 이후 어린이집·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각종 학부모 진상 문제가 꾸준히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2026년 4월 들어 코미디언 이수지씨의 ‘유치원 학부모 풍자’와 이재명 대통령의 ‘구더기론’이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화제가 되면서 공론의 장이 펼쳐졌다. 역시 입시위주교육과 학벌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들이 발현됐다고 볼 수 있고 80년대생과 90년대생이 부모가 되면서 이들의 자녀에 대한 유난스러움이 부각되고 있다. 온갖 민원들과 그로 인해 학교와 교사가 소극적이어지면서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점심시간에 축구도 못 하게 하는 등의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소풍과 수학여행을 거의 가지 않고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픽=제미나이 AI>

 

이번 오목렌즈 전화 대담(14일 15시)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민원 문제’를 조명해봤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물론 정당한 교육활동을 두고 자기 자식에 대한 과잉 보호 때문에 과도하게 민원을 넣는 이런 학부모들에 대해서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학부모에 대한 부분을 일부러 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학부모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온갖 케이스 스터디를 해야 된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그 자체로 학교나 교육청에서 나서서 막아줘야 된다. 사후에 진상 민원들만 막는 게 아니라 사전에 먼저 민원들을 필터링해야 하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교육 활동을 해달라고 얘기를 할 수 없다.

 

교사들도 생활인이자 가족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말씀드리는 게 그 부분인데 교사도 사람이고 교직이라는 직업이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거고 직접적인 타격이 크고 다 알고 있다.

 

다만 박 센터장은 여론의 흐름과는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죄송한데 저희의 기대치가 너무 큰 건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한테 거는 기대치와 일반 직장인들하고 한테 거는 기대치가 다르다. 그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되게 죄송한 말씀인데 물론 교사들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성토하시는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근데 중요한 건 본인을 지키려고 하는 게 너무 세서 이 이야기 속에서 학생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선 박 센터장은 “원래 이재명 대통령이 구더기론까지 꺼내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 하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도록 도움 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를 환기했다.

 

뭐 안전요원을 늘린다든지 면책 문제를 좀 더 개선한다든지 장을 못 담그는 시스템을 바꿔서 어떻게든 현장 학습을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맥락이었다. 시스템 개선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구더기 무서워서 현장 학습을 가지 않는 선생님들의 책임 회피성으로 해석이 되면서 선생님이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물론 교사들은 모든 책임이 선생님한테 짊어져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현장 학습을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건데 사실 그것과 대통령의 구더기론은 상충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고와 사건’이 일어났을 상황을 대전제로 깔고 사고하는 부분이다.

 

나는 일단 어떤 생각을 하냐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전제로 그 경우에 사고가 발생하면 선생님들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걸 전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포커스가 선생님이 처한 불합리한 부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학생들이 사라진다. 사건사고가 났을 때의 불합리한 처분에만 집중하면 그렇게 된다. 체험 학습이든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추억이 아니라 교육과 배움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사건사고시의 책임 문제가 먼저 부각되면서 결국은 현실적으로 그 무거운 책임을 지기 힘들고 과도한 책임을 요구한다라는 흐름으로 가버린다.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체험 학습을 누구 때문에 하는가? 학교는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학생들 때문에 해야 되는 건 알지만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세요가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긴 한데 자꾸 망각되는 것 같다.

 

비슷한 시기 박 센터장은 본인 스레드에도 “체험 학습과 소풍에 대한 찬반이 교사의 피해 사례 케이스 스터디도 아닌데 자꾸 그런 사례들만 가지고 와서 얘기를 한 방향으로만 끌고 가진 말았으면 한다”며 “결론은 정해져 있고 체험 학습 찬성하면 교사 고충 모르는 사람으로 몰진말자! 모든 사람이 교사의 입장에서 체험 학습 폐지에 동의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라고 강조했다. 사실 강석조 교사(초등교사노조 위원장)와 박소영 교사(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 등이 요즘 언론 인터뷰에 자주 응하며 교사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거다. 대다수 학부모는 이런 진상 민원을 넣지 않고 있고 일부 소수의 학부모가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민원, 신고, 고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패턴을 줄기차게 밟고 있는 탓에 교육 현장이 망가지고 있고 비단 교사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다른 학부모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수의 극단적인 사례들이라 할지라도 계속 언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 센터장도 그런 악질적인 사례들로 인한 교사들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다만 아이들의 교육 목적으로 체험 학습 정상화를 이뤄내야 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교사들의 불이익 방지에 목표를 두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그러니까 그런 특별한 케이스들 무슨 케이스 무슨 케이스를 자꾸 얘기를 하시는데 그 케이스들만 자꾸 나열을 하기 시작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그래 알겠는데 그래도 현장 학습도 정상화시키고 교사들의 부당한 피해도 방지를 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의 전환을 모색해보면 양립 가능하다.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목표를 교사의 불이익 해소가 아니라 현장 학습을 비롯 각종 교육 활동의 정상화에 두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민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장 학습이나 소풍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마지노선을 넘어 민원 문제가 시스템적으로 해결되기 전이라도 어떻게든 현장 학습을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교사들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사건이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 속초로 체험 학습을 왔다가 버스에 치여 사망한 초등학생 사례가 있는데 이에 대한 담임 교사의 업무상 과실이 법원에서 인정되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해당 교사는 ‘금고 6개월 선고유예’를 받았고 이것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물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사건의 재판 과정이 교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법관들은 교사의 과실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피고인이 인솔을 시작할 때 한 번 뒤를 돌아본 외에 위와 같이 인솔하면서 학생 대열을 돌아보는 모습은 전혀 없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학생 대열을 인솔한 거리는 18.2m에서 30m 가량이다. 피해자가 있는 00반 학생들의 나이, 블랙박스 영상 및 진술 등으로 확인되는 학생들의 활동성을 고려할 때 학생 인솔시 일부 학생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솔 교사는 학생 대열의 측면에서 인솔하거나, 전방에서 인솔하더라도 대열에서 이탈하는 학생이 없는지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할 때 자주 뒤를 돌아본다는 다른 (동료) 인솔교사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

 

이 판례가 일선 교사들에게 “나도 현장 학습 가서 아이들을 인솔해갈 때 자주 뒤를 돌아보진 않는데? 그러면 유죄 판결 받고 교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요즘 학교에선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는 뒷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까지 구더기론을 꺼내게 된 것이고 구체적으로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으면 완전 면책’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교사들의 입장이다. 물론 현행 법률(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도 ‘학생에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사고가 터지면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려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트집을 잡히기 쉽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부당한 소송 대상이 되지 않도록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자꾸 반례를 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2~30명을 데리고 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불가항력적인 모든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완벽하게 안전을 끝까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안전요원들이 붙으면 그 안전요원 관리도 교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계속 말하지만 교사들이 하는 말을 모르는 게 아니다. 교사들이 교사직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예민한 학부모 일부에게 걸려 큰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보니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소풍 없애! 수학여행 없애! 이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거고 이런 식으로 손쉬운 해결책으로 귀결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고민하지 않고 해경이 문제 있으니 해경 없애자는 식의 그런 해법은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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