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K리그1 홈 경기가 열린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쉽게 비워지지 않았다. 전북이 김천 상무를 1-0으로 꺾은 뒤에도 관중석 곳곳에는 팬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티아고의 극적인 결승 골로 이미 뜨거워진 전주성은 또 다른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밴드 잔나비가 경기 뒤 펼치는 콘서트형 프로젝트 ‘더 서드 하프(The 3rd Half)’의 첫 무대였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축구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공간에 가까웠다. 팬들은 승리의 여운 속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무대를 찍을 준비를 했고, 일부는 응원 머플러를 두른 채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경기장을 떠나는 인파보다 남아 있는 인파가 더 눈에 띄는 장면은 전북이 최근 공들이는 ‘팬 경험’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축구의 전반전과 후반전에 이어서 또 하나의 45분을 팬들에게 제공한다는 ‘더 서드 하프’의 구상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된 셈이다.
전북과 잔나비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현대가더비 당시에도 잔나비는 하프타임 공연을 펼쳤고, 전북은 구단 최초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라이벌 매치라는 흥행 요소가 컸다. 반면 이번 김천전은 상대적으로 원정 팬 동원력이 제한적인 경기였다. 그럼에도 이날 공식 관중 수는 3만1417명에 달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전체 좌석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만원 관중에 가까운 수치였다.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전북 홈 경기 평균 관중이 1만513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잔나비 효과’는 분명했다.
전북은 행사를 단순한 초청 공연으로 소비하지 않았다. 경기장 스피커 보강에만 35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했다. 음향과 연출, 이동 동선까지 세밀하게 조정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경기장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잔나비 멤버들이 노란색 포니를 타고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잔나비는 2023년 현대자동차와 포니 프로젝트 음원을 함께 선보였다. 이날 포니를 활용한 등장은 아티스트의 음악적 서사와 모기업 현대자동차, 전북의 구단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장면이었다.
전북의 시도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안에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구축하고, 핵심 시설인 클럽 뮤지엄도 개관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최초의 유료 상설 박물관인 클럽 뮤지엄은 전북의 역사와 우승 기록, 레전드들의 흔적을 팬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홈 경기 일에는 뮤지엄 관람과 함께 선수단 출입통로, 그라운드, 라커룸, 기자회견장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매치데이 투어도 운영된다.
현장에서 확인한 전북의 변화는 분명했다. 전북은 팬들이 경기만 보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려 하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팬 경험의 기반을 먼저 다지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손익분기점도 따져야 하지만, 지금 전북이 바라보는 방향은 명확하다. 팬들이 구단과 더 자주 만나고, 더 오래 머물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전북은 오랫동안 성적과 우승으로 K리그를 대표해 온 구단이었다. 이제는 경기장 경험과 문화 콘텐츠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려 한다. 이날 만원 관중은 단순히 유명 밴드가 만든 흥행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 흥행을 가능하게 한 준비와 방향성, 승리 이후에도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게 만든 구단의 구상이 함께 만든 장면이었다. 전북이 전주성에서 확인한 다음 과제는 분명했다. 승리 이후에도 팬들이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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