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철근 누락이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설계 도면 해석 오류라고 설명하며 보강을 약속했지만 서울시가 문제를 인지한 뒤 5개월 넘게 정부 보고를 미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흔들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당장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서울시의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며 관리 책임을 묻고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도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 후보 책임론을 주장하며 정 후보를 지원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합동 안전점검을, 경찰은 엄정 수사를 예고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오세훈 죽이기를 위한 관권선거의 추악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 '늑장보고' 논란…"철도공단에 보고" vs "보고 없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GTX-A 노선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철근 누락 문제가 확인됐다며 긴급 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보고 과정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지하 5층 기둥 구조물에 철근이 설계도상 두 줄 배치 대신 한 줄만 시공된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건설은 설계도 해석 오류를 인정하고 보강 공사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오류를 보고받고도 국토부에 직접 통보한 시점이 올해 4월 29일이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늑장 보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은폐나 늑장 보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감리 보고서를 국가철도공단에 제출했으며, 이후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와 현장 점검을 거쳐 구조 안전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기둥 하중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검토 결과에 따라 공사를 지속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철도공단은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단은 "철근 누락 관련 내용은 방대한 건설사업관리보고서 중 일부 업무일지에만 기록돼 있었을 뿐, 별도 보고나 협의는 없었다"며 "주요내용 요약에도 반영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개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결함을 국토부와 공단에 직접 보고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오, 오세훈 겨냥 총공세…"무책임한 안전불감증"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철근 누락 사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시공 오류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정 후보는 17일 삼성역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중대한 부실이 발생했다면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 보강 대책을 마련한 뒤 진행했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서울시의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사의 오류 확인과 정부 보고 사이에 시차가 있었다"며 "그 사이 공사가 계속된 불안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답해야 한다. 오 후보는 언제 처음 보고받았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후보 캠프도 공세를 강화했다. 이인영 상임선대위원장은 국회 간담회에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법적 책임도 묻겠다"며 "소통이 아니라 '쇼통'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與 "무능·무책임 吳에 안전 맡길 건가" 맹공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이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한병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18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와 오세훈 후보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에게 어떻게 1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다. 그는 "무려 2,570여 개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됐는데도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보고를 받고도 국토부에는 5개월 뒤에야 알렸다"며 오 후보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해식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중대한 구조 문제를 수개월 동안 내부적으로만 관리했다면 단순 행정 미흡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 페이지 자료 속에 묻어둔 채 '이미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 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시공사가 문제를 자진 신고했다고 해서 최종 책임 주체인 서울시의 잘못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즉시 시민과 국토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자 은폐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야, 'GTX 철근 누락' 공방…"吳, 사실 은폐"·"허위사실 유포"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 격돌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며 당시 재임 중이었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이해식 의원은 "서울시 공사 감독의 최종 책임자는 시장"이라며 "도시기반시설본부장만 알고 시장에게 보고가 안 됐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채현일 의원도 "철근 누락을 알고도 6개월간 공사를 진행한 것은 시민 안전을 내팽개친 사건"이라며 행안부와 국토부의 합동 감사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시가 인지 직후 국가철도공단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박수민 의원은 "철도공단에 보고가 됐는데도 민주당이 오 시장이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건 허위 사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겨냥해 "공당 후보가 뻔뻔하게 허위 사실을 말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유언비어 단속을 안 하느냐"고 압박했다.
고동진 의원도 "서울시가 고의로 은폐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괴담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행안장관 "국토부와 합동 안전점검 실시" 경찰청장 대행 "내사 착수 예정"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안전 점검과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국토교통부와 합동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감사원 감사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서울시가 감리를 제대로 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하 5층에서 부실시공이 있었다면 지하 4층·3층에서도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시 안전 조치를 했다는 보고가 없었다"며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감찰·징계를 적극 요청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윤 장관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다만 우선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도 움직였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언론 보도와 국회 지적이 있었던 만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사실관계를 토대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吳 죽이기 위한 관권선거" 반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격화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여당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공세를 "관권선거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오 후보는 18일 자신의 SNS에 "오세훈 죽이기를 위한 관권선거의 추악한 냄새가 진동한다"며 "국토부가 감사 착수라는 칼을 쥐고 선거 개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늑장 보고를 한 것처럼 몰아가지만 실제로는 안전성 보강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며 "호들갑을 떨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도 오 후보는 "선거가 끝나도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며 관권선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이 철근 사건을 선거 쟁점화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도 "정 후보가 안전 문제를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사건 구조는 단순하다. 현대건설 하청업체가 철근 누락을 발견해 서울시에 신고했고, 서울시는 매뉴얼에 따라 처리했다. 은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강 공사 비용은 전액 현대건설이 부담한다"며 시민 재정에는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주장을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에 세 차례 관련 사실을 공유했다"며 "국토부 산하기관에 보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의원은 "정 후보는 국토부의 거짓을 덥석 물어 '오세훈 탓'을 시전했다"며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용찬 대변인 역시 "정 후보 측은 괴담 유포라는 못된 버릇을 또 꺼내 들었다"며 "서울시가 신속히 조치한 사안을 은폐로 몰아가는 건 혹세무민"이라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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