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민 박사과정생과 김승겸 교수. (사진=카이스트 제공)
홍수와 폭염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해 주민을 보호하려고 조성한 인프라가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을 유발해 주민들의 거주 기반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비록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기후적응 사업은 의도치 않게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문제가 도시화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겪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AIST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내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변화를 추적했다. 위성영상과 사회경제 패널 자료를 활용해 녹지와 수공간 기반을 조성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시설을 갖춘 실제 도시와 주민 삶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후적응 시설이 조성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주택가격·인구 유입·지역 변화 등을 종합한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평균 약 41%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으며, 외부 인구 유입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후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 역설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기존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조혜민 박사과정생이 참여했고, 보고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4월 13일 게재됐다.
김승겸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녹지와 수공간 확대에 그치지 않고, 토지권리 보호, 공공주택 공급, 재정착 지원,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장치와 함께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라며 "기후적응 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을바꿔야 하는데 누가 더 안전해지고, 누가 더 불안정해지는가를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