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STN을 만나다.] 류승우 기자┃리그 최강의 기세로 질주하던 한화생명이 결국 KT의 벽에 가로막혔다. KT 롤스터는 ‘커즈’ 문우찬의 완벽한 정글 설계와 바텀 중심 운영을 앞세워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2-1로 꺾고 단독 2위로 도약했다. 특히 3세트 스카너는 경기 흐름 자체를 뒤집은 ‘신의 한 수’였다. 1라운드 패배를 그대로 되갚은 KT는 “우승 경쟁, 우리도 끝까지 간다”는 선언을 협곡 위에 새겼다.
한화생명도 결국 흔들렸다… KT, 가장 강한 팀을 무너뜨리다
17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 LCK아레나. 리그 1위와 2위가 맞붙은 빅매치에서 웃은 쪽은 KT였다. KT 롤스터는 2026 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2-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시즌 11승째를 기록하며 단독 2위에 올라섰고, 레전드 그룹 진출도 확정 지었다. 반면 리그를 집어삼킬 듯 달리던 한화생명은 11연승이 멈추며 시즌 두 번째 패배를 떠안았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건 ‘복수’였다. KT는 1라운드에서 한화생명에게 0-2 완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끊겼던 팀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경기 준비부터 운영, 교전 설계까지 훨씬 정교했다.
판테온에서 스카너까지… 커즈가 만든 ‘정글 차이’
이날 경기의 중심에는 단연 ‘커즈’ 문우찬이 있었다. 1세트에서는 판테온으로 전장을 휘저었다. ‘퍼펙트’ 이승민의 자헨과 함께 초반 교전마다 활로를 만들며 KT의 스노우볼을 굴렸다. 난타전 양상 속에서도 KT는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핵심 딜러를 끊어내며 29분 55초 만에 22-14 승리를 완성했다.
한화생명도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2세트에서 라이즈-리신 중심의 상체 운영을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KT 역시 바텀 중심 조합을 꺼냈지만, 파이크 변수에 흔들리며 흐름을 내줬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3세트였다.
3세트에서 KT는 블루 진영을 선택해 크산테-스카너-아지르-루시안-나미 조합을 완성했다. 초반 바텀 주도권과 중후반 한타 안정감을 동시에 노린 조합이었다. 특히 ‘커즈’ 문우찬이 꺼내든 스카너는 루시안-나미와 함께 교전 설계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경기 흐름을 조율했다. 반면 레드 진영 한화생명은 올라프-녹턴-탈리야-드레이븐-밀리오 조합으로 맞섰다. 드레이븐-밀리오를 중심으로 바텀 라인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녹턴과 올라프의 돌진 능력을 활용해 초반 스노우볼을 굴리겠다는 의도가 뚜렷했다. 하지만 KT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텀 구도를 흔들면서 한화생명이 준비한 공격 시나리오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올라프와 드레이븐이라는 강공 조합을 꺼내 들었다. 초반부터 바텀 라인을 터뜨리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하지만 KT는 오히려 그 강수를 역이용했다.
커즈의 스카너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상대 정글 동선을 읽은 뒤 예상 밖 타이밍에 바텀 갱킹을 성공시켰고, 드레이븐-밀리오 조합의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라인전을 압도해야 할 드레이븐이 먼저 쓰러지자 한화생명의 조합 설계도 함께 흔들렸다. 이후 KT는 루시안-나미 중심 교전 구도를 완성하며 바론까지 안정적으로 연결했고, 결국 30분이 되기 전 넥서스를 파괴했다.
왜 안 죽지 싶더라… 커즈가 밝힌 스카너 선택 이유
경기 후 POM 인터뷰에 나선 커즈는 “한화생명은 상체 운영도 좋고 바론 게임도 뛰어난 팀이라 특정 부분을 막기보다 우리가 잘하는 걸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KT가 준비한 핵심은 바텀 게임이었다. 커즈는 “상대가 드레이븐 조합으로 강하게 압박할 걸 예상했고, 오히려 그 타이밍을 이용해 바텀을 찌르자는 준비가 잘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처음 꺼내든 스카너에 대해선 강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습하면서 ‘왜 안 죽지?’ 싶은 장면이 너무 많았다”며 웃은 뒤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스카너는 단순한 탱커가 아니었다. KT 운영 전체를 지탱한 핵심 축이었다. 상대의 강한 바텀 압박을 버텨내고, 역으로 판을 흔들며 한화생명의 조급함을 끌어냈다.
생일 버프 제대로 받았다… 퍼펙트 향한 팀 분위기도 화제
승리 후 인터뷰에선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도 나왔다. 커즈는 생일을 맞은 ‘퍼펙트’ 이승민에 대해 “생일 전부터 계속 축하해줬는데 버프를 제대로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열심히 선수 생활하는 모습이 멋있다. 앞으로도 프로게이머로 많은 생일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였다. KT는 이날 승리로 ‘우승 경쟁팀’이라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흔들리지 않는 정글러 커즈가 있었다.
한화생명의 질주를 멈춰 세운 건 결국 화려한 슈퍼플레이보다, 상대의 의도를 읽고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칼을 꽂아 넣은 KT의 냉정한 운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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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N뉴스=류승우 기자 invguest@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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