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약점 잡히고 이란 종전엔 中 필요…中 견제 역량·의지 약화
트럼프 "대만 무기판매도 협상칩"…美안보공약 관련 동맹국 불안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심지어 중국을 회유하려는 모습마저 보이면서 한국이 추구하는 미중 간 균형 외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미중이 충돌하지 않고 무역 갈등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분명 안도할만하지만, 이란 전쟁 등에 국력을 소진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할 힘과 의지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13∼14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 항공기와 농산물 판매 등 일부 상업 이익을 확보했지만, 중국이 쥔 희토류와 이란 전쟁이라는 카드 때문에 시진핑 주석을 강하게 압박할 수 없는 처지에서 뚜렷한 성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자신 있게 선포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첨단산업과 무기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역공하자 곧 중국과 '휴전'할 수밖에 없었다.
또 미국의 계획과 다르게 장기화하며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이란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의 주요 지원국이자 교역국인 중국의 협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힘의 균형이 중국으로 쏠리는 상황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이 미국의 동맹을 외교·경제적으로 압박하더라도 미국이 이란 전쟁과 희토류 때문에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중국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강력히 견제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상업 이익에 초점을 맞추며 유화 정책을 펼치는 것도 고민되는 지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을 겨냥한 수출통제를 적극 시행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의 매서운 추격으로부터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확보해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도입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중국의 반발 때문에 유예한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의 너무 급격한 부상, 그리고 미국의 급격한 쇠퇴는 우리한테 더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는데 그게 생각보다 더 빨라진 느낌이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배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협상칩"이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과의 합의를 위해 우방의 안보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는 안 그래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안보 공약을 이전처럼 신뢰하지 못하는 한국과 일본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대만 무기 판매도 그렇고 자꾸 동맹의 신뢰성이 약화하니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상황에서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일 간의 협력을 더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이는 서로 경쟁하되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미중이 다시 충돌할 경우 한국 경제가 부수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같은 현상 유지 성격의 회담도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기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KBS 인터뷰에서 "두 나라가 계속 대립하고 경제, 무역에서 분란이 나기 시작하면 우리 같은 무역 국가는 애로가 있다"며 "지금의 관계 진전은 긍정적이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핵 문제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바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팩트시트를 통해 발표하긴 했지만, 이는 중국이 기존 입장을 원칙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18∼2019년에는 공식 성명과 정책문서 등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우가 없는데 이런 변화를 두고 중국이 미국과 협력보다 전략적 경쟁을 우선하는 상황에서 북핵을 암묵적으로 용인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의 기존 입장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북미 평화체제 구축 등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환경 조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인데 중국은 그간 한국 정부와의 대화에서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래왔던 중국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을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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