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권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때 20대 중심 상권으로 꼽히던 홍대·신촌의 성장세가 둔화한 반면, 청량리·종로3가·수유전통시장처럼 60대 이상 소비 비중이 높은 상권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젊은층의 유행 소비가 상권을 이끌던 시대를 지나, 고정 소비력을 갖춘 시니어와 오래된 상권의 재발견이 서울 소비 지형을 다시 짜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60대 이상 소비 비중이 높은 지역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통시장, 노포, 의료·귀금속·생활밀착 업종이 밀집한 기존 도심 상권이 시니어 소비를 기반으로 다시 커지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곳이 청량리역 일대다. 청량리역 상권의 60대 이상 소비 비중은 34.1%로 분석 대상 주요 상권 가운데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상권 매출은 2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량리역 일대는 오랫동안 중장년층과 고령층 소비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꼽혀왔지만, 최근에는 주상복합 개발과 교통망 확충이 맞물리며 서울 동북권 핵심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유전통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유전통시장 상권 매출은 최근 5년간 30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3가 상권 역시 같은 기간 71% 성장했다. 이들 지역은 귀금속, 한의원, 전통시장, 의료 소비, 노포 외식 등 중장년층 수요가 강한 업종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젊은층 대표 상권의 성장세는 예전 같지 않았다. 홍대입구역 상권은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16%에 그쳤고, 신촌은 8% 감소했다. 홍대와 신촌 모두 여전히 20~30대 방문 비중은 높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인 소비 증가를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 구조와 소비 방식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5년간 서울의 20대 인구는 163만명에서 149만명으로 8.6% 감소했다. 여기에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젊은층 중심 상권의 카드 소비 기반 성장세도 둔화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60대 이상 소비층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에 진입하면서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 소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식, 건강관리, 여가 소비에 적극적이고, 오랜 기간 이용해온 오프라인 상권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특히 청량리·종로3가·수유전통시장처럼 오래된 상권은 단순한 소매 기능을 넘어 병원, 약국, 전통시장, 음식점, 생활서비스가 촘촘히 붙어 있는 생활형 소비 거점이다. 직접 보고 사고, 단골 점포를 이용하고, 의료·건강·식재료·외식 소비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시니어 소비 패턴과 맞아떨어진다.
젊은층의 ‘레트로 소비’도 오래된 상권의 재평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에는 낡고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전통시장과 노포, 오래된 골목 상권이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시니어 고정 소비가 상권의 기반을 지키고, 젊은 방문 수요가 더해지면서 상권의 저변이 넓어지는 구조다.
다만 모든 오래된 상권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 소비가 상권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교통 접근성, 업종 다양성, 생활서비스 밀도, 배후 주거 수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청량리는 역세권 개발과 교통망 확충이 결합됐고, 종로3가는 귀금속·의료·외식 등 특화 업종이 살아 있다. 수유전통시장은 지역 생활권 소비를 붙잡는 전통시장 기능이 강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60대 이상 시니어 세대는 오랫동안 오프라인 전통상권을 이용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어 여전히 직접 가서 사고, 먹고, 즐기는 소비 패턴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량리나 종로처럼 오래된 상권은 단순한 소매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과·수산·귀금속·한방 등 시니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능이 여전히 살아 있다”며 “청량리시장과 광장시장처럼 도매와 소비가 동시에 가능한 구조를 유지한 상권들이 다시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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