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VIP 혜택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주차권과 전용 라운지 이용 등 편의 중심에 머물렀던 서비스가 여행·미식·문화예술을 아우르는 맞춤형 프라이빗 경험 경쟁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최상위 고객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VIP 전용 큐레이션 플랫폼 ‘더쇼케이스’는 2024년 11월 론칭 이후 최근까지 5만여명의 VIP 고객이 이용했다. 평균 객단가는 약 2000만원으로 명품 카테고리 객단가 약 300만원의 7배에 달한다. 이용 고객 중 3040세대 비중이 63%를 차지해 젊은 고액 소비층을 온라인 공간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은 더쇼케이스를 통해 슈퍼카 람보르기니 한정판을 내놓는다. 차량 구매 금액 일부를 VIP 구매 실적으로 인정하고, 여의도 불꽃 축제 럭셔리 요트 관람권 등도 제공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억원대 침대로 알려진 스웨덴 왕실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의 최상위 라인업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에비뉴엘 포인트’ 제도를 ‘에비뉴엘 큐레이션’으로 개편하고, 콘텐츠 중심 VIP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에비뉴엘 큐레이션은 등급별 포인트를 활용해 럭셔리 호텔, 파인다이닝, 골프·레저 등 총 6개 카테고리 100여개 제휴처에서 고급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제도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다음 달 에비뉴엘 고객만을 위한 울릉도 단독 투어가 예정돼 있다. 울릉도의 럭셔리 리조트 ‘코스모스 빌라쏘메’를 배경으로 정호영 셰프의 프라이빗 코스 다이닝과 조식, 롯데백화점 한희수 소믈리에의 와인 페어링이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BMW 7시리즈로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시닉 드라이브’와 현지 명소 투어까지 더해졌다.
백화점들이 VIP 경험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영업 실적이 VIP 고객과 외국인 소비에 좌우되면서다. 올해 1분기 신세계백화점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141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47.1% 늘어난 1912억원, 현대백화점은 39.7% 증가한 1358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뒀다. 명품 소비와 VIP 매출이 실적을 견인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요 백화점들은 전체 매출 가운데 VIP 비중은 50%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이 47%로 가장 높았고, 롯데와 현대는 46%를 기록했다. 전국 1위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VIP 매출 비중이 50%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과 뷰티업계에서도 VIP 경험을 문화·예술로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3일 최상위 SVIP 고객들을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 초청해 고(故) 이어령 선생의 서재 관람과 강인숙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문학살롱을 운영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7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개최한 ‘올 어바웃 아모레’ 행사에서 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의 상품기획자(MD) 240여명과 함께 아모레몰 VIP 고객 500여명을 처음으로 초청해 브랜드 체험 행사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VIP 혜택이 할인과 편의 제공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취향과 시간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희소성과 경험, 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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