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대리그 최초로 남자팀 맡은 '여자 감독'... 그의 강렬했던 3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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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5대리그 최초로 남자팀 맡은 '여자 감독'... 그의 강렬했던 36일

위키트리 2026-05-18 16:2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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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루이즈 에타 전 우니온 베를린 감독. / 에타 전 감독 인스타그램

1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쾨페니크. 우니온 베를린의 홈구장 알테 푀르스터라이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한동안 술렁였다.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선수들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였다. 누군가 꽃다발을 건넸다. 마리-루이즈 에타 우니온 베를린 감독은 그것을 받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아우크스부르크를 4-0으로 완파한 날인 동시에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5대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프로팀 감독직에 오른 여성이 벤치를 떠나는 날이었다.

에타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36일. 5경기. 2승 1무 2패. 숫자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기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은 유럽 축구 역사에서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지난달 11일 우니온 베를린은 슈테펜 바움가르트 감독을 경질했다. 당시 팀은 최근 14경기에서 2승에 그치며 급격히 추락하고 있었다. 강등권과의 승점 차도 불안한 수준이었다. 시즌 종료까지는 단 5경기만 남아 있었다.

구단 스포츠 디렉터 호르스트 헬트가 선택한 이름은 예상 밖이었다. U-19팀 코치이자 수석코치 보좌 역할을 맡고 있던 마리-루이즈 에타였다. 헬트는 “그의 능력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발표 직후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잉글랜드 여자대표팀 감독 사리나 위그만은 에타를 “진정한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소셜미디어에는 노골적인 성차별 댓글이 쏟아졌다. “부엌으로 돌아가라”, “홍보용 이벤트일 뿐”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우니온 베를린은 정면 대응했다. 구단 공식 계정은 “그게 전부냐? 열심히 일하는 성차별주의자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그는 프로 축구선수들을 지도한다. 성차별주의자 트롤들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이 게시물들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반응을 얻었다.

정작 에타 본인은 소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하는 일이 전부다.”

그의 이력은 이미 독일 축구계 내부에서는 잘 알려져 있었다. 1991년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에타는 여자 분데스리가 강호 1. FFC 터빈 포츠담에서 17세에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10년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교체 출전해 팀의 우승을 함께했다. 여자 분데스리가 3연패, 독일 U-20 여자 월드컵 우승, U-17 유럽선수권 우승도 경험했다.

마리-루이즈 에타 전 우니온 베를린 감독. / 에타 전 감독 인스타그램

선수 경력이 화려했다. 그러나 그는 2018년, 아직 20대 중반이던 시기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도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치 경력은 조용하게 쌓였다. SV 베르더 브레멘 U-15 남자팀 코치로 시작해 독일 여자 청소년대표팀을 거쳤고, 2023년 우니온 베를린 U-19팀 코치로 합류했다. 그해 11월 우르스 피셔 감독 경질 이후에는 임시 감독 마르코 그로테를 보좌하며 분데스리가 벤치에 앉았다. 분데스리가 최초의 여성 수석코치였다.

2024년 1월에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네나드 비엘리차 감독을 대신해 다름슈타트전을 지휘했고, 팀은 1-0으로 승리했다. 분데스리가 남자팀 경기에서 여성이 감독 역할을 맡아 거둔 첫 승리였다. 그 모든 ‘처음’들은 큰 소란 없이 하나씩 쌓여갔다.

지난달 18일 에타의 첫 공식 홈경기. 알테 푀르스터라이를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킥오프 직전 “푸스발괴팅(Fußballgöttin)”을 외쳤다. ‘축구의 여신’이라는 뜻이었다. 버킷햇을 눌러쓴 에타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터치라인에 섰다. 상대는 볼프스부르크였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1-2 패배였다. 당시까지 12경기 연속 승리가 없던 볼프스부르크의 부진 탈출 제물이 됐다.

수비수 데릭 쾬은 경기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명확한 게임 플랜을 제시했다. 우리는 그것을 따랐고, 함께 일하는 데 매우 편안함을 느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패했다. RB 라이프치히 원정이었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쾰른과 비겼다. 강등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마리-루이즈 에타 전 우니온 베를린 감독. / 에타 전 감독 인스타그램

반전은 네 번째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10일 마인츠 원정. 전반에는 흔들렸지만 후반 들어 우니온 베를린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결국 3-1 승리. 터치라인에서 주먹을 불끈 쥔 에타는 경기 뒤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들이 해냈다. 나는 그저 환경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 승리로 또 하나의 역사가 쓰였다. 유럽 5대 리그 남자 프로축구에서 여성 감독이 거둔 첫 승리였다. 그러나 그는 기자회견에서 그 기록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16일 마지막 홈경기. 우니온 베를린은 아우크스부르크를 4-0으로 압도하며 시즌을 리그 11위로 마감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선수들은 에타를 둘러쌌다. 꽃다발을 받아든 그는 미소를 지은 채 벤치를 떠났다.

다음 시즌부터 그는 우니온 베를린 여자팀 감독을 맡는다. 구단이 처음부터 세워둔 계획이었다. 다만 구단 회장 디르크 칭글러가 “에타를 남자팀에 계속 두는 것은 여자축구에 대한 결례”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리-루이즈 에타 전 우니온 베를린 감독. / 에타 전 감독 인스타그램

에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 임시 감독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의 36일 동안 세계 언론은 베를린을 주목했다. 여성 지도자를 꿈꾸는 누군가는 터치라인 위의 에타를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상징처럼 말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랑스럽지는 않다. 한 사람으로서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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