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대기업은 사상 최대 수준의 단기 여유 자금을 쌓아두며 기업 간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취약한 중소기업의 체력이 빠르게 약화되는 모습이다.
1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평균 0.63%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대기업의 NPL 비율은 0.31%로 오히려 0.04%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전체 원화 대출 평균 NPL 비율도 0.42%로 상승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건전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 부담은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연체율에서도 격차는 더 뚜렷하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4%로 소폭 상승했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까지 치솟았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8%로 오히려 낮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대기업의 8배에 달하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장기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부담이 누적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며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비중이 큰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기업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출 호조,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현금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157조8659억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처음 150조원을 넘어섰다. 한 달 새 15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MMDA는 자유로운 입출금과 비교적 높은 금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상품으로, 기업들이 단기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수출 대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예치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자금난이 심화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현금이 쌓이는 '양극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역시 관련 보고서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재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수출 성장'과 '중소기업 기반 내수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 없이는 양극화 심화가 장기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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