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회화 15점 포함 170여점 선보여…60여년 예술 세계 집대성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서 10월 25일까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박의래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이달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에서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새로운 기획전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다.
유영국은 경북 울진의 산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구성과 선명한 원색을 담은 추상화를 남긴 작가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유영국의 1930년대 도쿄 유학 시절 실험적 작품부터 오랜 지병으로 투병하며 여덟 번의 수술을 거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만년의 마지막 작품까지 망라했다.
유화 115점을 포함한 총 1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그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작 15점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는 유영국이 생애 첫 개인전을 선보이며 예술 여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1964년을 기점으로, 다섯 시기로 구분해 구성했다. 시기별로 유영국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유영국은 한국 추상 미술의 구심점으로 활동하며 신사실파(1947), 모던아트협회(1957), 현대작가초대전(1958), 신상회(1962)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40대 후반인 1964년에야 첫 개인전을 열게 됐고, 유영국은 이때부터 그룹 활동 대신 2년에 1번씩 개인전을 여는 방식으로만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그와 함께 활동하던 한묵이나 문신, 김환기 등은 해외로 떠났지만, 유영국은 한국을 떠나지 않고 작업실로 들어가 침잠하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몰두했다. 홍익대 교수직(1966∼1970)도 의무 출강 시간이 부담스럽다며 사임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유영국을 대표하는 기하학적 추상의 작품들을 내기 시작한다. 그의 추상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뿐 아니라 보라, 분홍, 초록 등 과감하고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유영국은 평소 "60세까지는 기초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에는 자연으로 더 부드럽게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60이 넘은 1970년대 후반부터는 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서정적 추상으로 변화한다.
전시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크기가 큰 1994년 작 '산 레드'와 '산 블루', 절필 작인 1999년 작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산과 물이 만나듯, 선과 색이 만나 자연과 작가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유영국의 장남인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전시 제목인 산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을 해석해보면 이 산은 눈에 보이는 산이 아니라 마음에 투영된 산일 것"이라며 "더 나아가 진리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으니 성찰해서 찾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예술가 유영국이 택했던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한국어), 방송인 피터 빈트(영어)가 오디오 가이드의 보이스 앰배서더로 참여했다.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 시인 박준이 참여하는 토크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사전 예약과 현장 방문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을 위한 100여종의 굿즈와 작가의 고향 울진에서 영감을 받은 음료를 파는 팝업 카페도 운영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술이 창작의 개념을 뒤흔드는 오늘날, 인간의 직관과 회화 행위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적 성취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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