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폴란드 '자존심', 독일 '영향력'…유럽이 던진 K방산의 숙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현장에서]폴란드 '자존심', 독일 '영향력'…유럽이 던진 K방산의 숙제

이데일리 2026-05-18 15:43:36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그 변화의 틈을 타 한국 방위산업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등 동유럽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변방 시장’ 정도로 여겨졌던 동유럽은 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부전선의 핵심 전략 공간으로 부상했고, K방산 역시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흑해 방산 및 항공우주(BSDA) 2026 전시회에서 느낀 분위기는 단순한 ‘수출 호황’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과 견제 기류도 함께 감지됐다. K방산이 이제 단순한 외부 공급자가 아니라 유럽 내부 질서와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폴란드 측의 미묘한 불편함이 눈에 띄었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전투기 등 대규모 계약을 통해 사실상 한국 방산의 유럽 최대 교역국이 됐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K방산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선구자’ 자부심도 상당하다.

지난 13~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로마에로 전시장에서 열린 ‘흑해 방위 및 항공우주(BSDA) 2026’ 전시회에서 현지 군 관계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자주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그런데 최근 한국 방산업계와 정부 안팎에서 루마니아를 ‘제2의 폴란드’, ‘유럽 방산 허브’, ‘흑해 전략 거점’ 등으로 표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폴란드 내부에서는 묘한 견제 심리가 읽혔다. 자신들이 구축해 온 전략적 위상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사실 폴란드는 독일·프랑스 중심의 기존 유럽 안보 질서에 대한 반감 속에서 한국과 손을 잡은 측면도 있다. 그런데 한국이 이제 루마니아까지 전략 거점으로 강조하기 시작하자, 폴란드는 한국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우리 정부와 업체에 제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대로 루마니아의 속내도 단순하지 않았다. 현지 군 관계자들과 방산업계 인사들은 한국 무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빠른 납기와 가격 대비 성능, 과감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경험은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러시아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구소련제 무기 대체 등 빠르게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루마니아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루마니아는 독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단순한 무기 경쟁 상대가 아니라 루마니아 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유럽연합(EU) 핵심 국가다. 자동차와 제조업 공급망 상당수가 독일과 연결돼 있다. 결국 루마니아가 한국 방산을 선택하더라도 독일을 밀어내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한국 무기에 우호적인 반응이 많으면서도 공개 발언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읽혔다. 계약과 협력 논의 역시 ‘유럽 산업 협력’이라는 표현을 유난히 강조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한국 방산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기존 유럽 질서와의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3~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로마에로 전시장에서 열린 ‘흑해 방위 및 항공우주(BSDA) 2026’ 전시회에서 지상 무기 부분 대표 스폰서로 참가한 현대로템 기업 고로가 행사장에 걸려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결국 지금 K방산이 유럽에서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다. 폴란드와 협력하면서도 루마니아를 끌어안아야 하고, 동유럽 시장을 넓히면서도 독일·프랑스 같은 기존 강대국과 정면 충돌하는 인상을 피해야 한다.

과거 K방산의 경쟁력이 가격과 납기였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외교와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국가를 생산 거점으로 삼을지, 어떤 기업과 공동개발에 나설지, 유럽 공급망 안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같은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부쿠레슈티 현장에서 느꼈던 미묘한 긴장감은 어쩌면 K방산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 단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인지도 모른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