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주요 호흡기 질환이 겨울 한철에 그치지 않고 봄 · 여름까지 이어지면서 제약업계가 의약품 공급 전략을 계절 대응에서 상시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5~2026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지난해 10월 중순 발령한 뒤 올해 5월 중순에야 해제했다. 독감 유행이 약 7개월간 이어진 셈이다. 2024~2025절기 호흡기바이러스 감시 결과에서도 RSV와 파라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가 절기 전반에 걸쳐 교대로 검출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주요 바이러스 노출이 줄어든 면역 공백과 이후 방역 완화에 따른 이동량 급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감염병 역학 분야에서는 코로나19 · 독감 · 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리플데믹 가능성이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될 만큼 특정 계절에만 유행이 집중됐던 과거 패턴과는 분명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선 약국과 병원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과 지방 약국 모두에서 독감 · 감기 증상 환자 방문이 계절과 관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 · 고령층을 중심으로 반복 감염 사례가 늘면서 해열제와 감기약 수요가 비수기 없는 상시 수요 구조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양성 검사의 1% 이상에서 두 가지 이상 바이러스 동시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원료 2~3개월치 선비축 · 멀티벤더로 상시 공급망 구축
제약업계는 이런 변화에 맞춰 공급 체계를 손질했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등 주요 제약사들은 성수기 이전에 감기 · 해열제 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재고를 2~3개월치 수준으로 유지하고, 유행 상황에 따라 생산라인 배치와 교대근무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 · 바이오 기업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대에 그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에 따라 공급처를 여러 곳으로 나누는 멀티벤더 전략이 업계 전반에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질환 패턴 변화가 단순한 의료 현상을 넘어 제약산업의 생산 · 공급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령화와 기후 변화까지 겹치면서 호흡기 질환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만큼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공공 인프라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과 코로나, 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순 계절성 대응만으로는 수요 변동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원료 확보와 생산 · 물류까지 포함한 공급망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인사는 "정부와 업계가 감시 · 예측 데이터와 생산 · 유통 정보를 공유해 계절 경계가 흐려진 새로운 유행 패턴에 맞는 대응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손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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