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튀르키예 방산업계가 드론을 넘어 미사일과 방공망, 함정, 전투기까지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현지 생산과 산업협력 패키지까지 앞세우는 방식이 K방산과 닮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업체들이 같은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 드론 넘어 방공망·전투기까지…사업영역 확대
18일 튀르키예 방산청(SSB)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방산·항공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00억5400만달러(약 13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방산청은 최근 수년간 무인기와 미사일, 함정, 전자장비, 항공 플랫폼 수출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방산 성장의 출발점은 무인기였다. 튀르키예 방산기업 바이카르(Baykar)는 바이락타르 TB2와 아큰즈(Akinci) 무인공격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바이카르가 지난 1월 31일 공개한 연간 수출 실적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수출액 22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 가운데 88%가 해외 판매에서 발생했다. TB2는 현재까지 36개국, 아큰즈는 16개국과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튀르키예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튀르키예 방산업계는 드론을 넘어 장거리 방공망과 함정, 전투기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장거리 방공체계 시퍼(SIPER)다. 튀르키예 방산청에 따르면 시퍼는 고고도·장거리 방공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사업으로, 튀르키예 방산업체 아셀산(ASELSAN)과 로켓산(ROKETSAN), 튀비탁 세이지(TUBITAK SAGE)가 공동 개발 중이다. 또한 함정 분야에서도 파키스탄 등에 밀젬(MILGEM) 초계함 수출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투기 분야에서도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2025 기간 인도네시아에 자체 개발 전투기 칸(KAAN) 48대를 수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약 100억달러(약 15조원)로 추산된다. 칸은 현재 개발 단계 전투기로, 튀르키예 정부는 2028년 이후 양산과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신 실제 납품까지 일정·예산·수출통제 등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 가격납기·현지 생산…K방산과 닮은 수출 전략
튀르키예 방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군 확대 때문만은 아니다. 수출 방식 자체가 최근 K방산의 성장 공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수년간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궁Ⅱ 방공체계 등을 중심으로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산업협력 패키지를 앞세워 수출을 확대해 왔다. 특히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MRO(유지·보수·정비) 체계 구축까지 포함하는 형태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튀르키예 역시 비슷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에 초계함 4척을 납품하는 밀젬(MILGEM) 사업에서는 일부 함정을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으며, 바이카르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드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공화국 역사상 최대 규모 방산 수출 계약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시장에서는 한국과 튀르키예 업체들이 실제로 경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사업이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을 최종 선정했지만, 경쟁 후보에는 TAI의 휴르제트(Hurjet)도 포함됐다. 이는 튀르키예가 한국과 유사한 경공격기·훈련기 시장까지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역시 양국 경쟁 구도가 나타나는 시장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KF-21 공동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동시에,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과 튀르키예를 동시에 차세대 항공전력 공급 후보군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셈이다.
◇ 신흥시장 겹치는 한국·튀르키예
전문가들은 한국과 튀르키예가 향후 신흥 방산시장에서 더 자주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 국가 모두 미국·유럽산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 산업협력 패키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3월 발표한 ‘국제 무기거래 동향 2025’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같은 중견 방산 수출국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우 전쟁 이후 신흥국들은 단순 무기 구매보다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조건을 더 중요하게 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는 “튀르키예는 드론 분야에서 실전 경험과 빠른 전력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군사적으로 검증된 상태에서 대규모 수출로 이어진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체계 종합 역량은 경쟁력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 기술과 부품의 독자개발 측면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며 “전통적인 방산 제조업 기반과 기술 역량에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대신 유 이사는 향후 한국과 튀르키예 간 일부 경쟁 구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무인기나 일부 틈새 체계 분야에서는 경쟁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방산 수출은 기술뿐 아니라 외교·안보 관계와 글로벌 협력 구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튀르키예가 향후 일본이나 중국 등 핵심 기술을 가진 국가들과 공동개발이나 협력 구조를 확대할 경우에는 경쟁 변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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