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압박에 단종 택한 식품업계···사라지는 ‘그 제품’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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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압박에 단종 택한 식품업계···사라지는 ‘그 제품’ 파장은

이뉴스투데이 2026-05-18 15:05: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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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과자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과자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원가 부담과 소비 둔화 속 식품업계가 저수익 SKU(제품 가짓수)를 줄이며 제품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판매 회전율이 낮거나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을 줄여 생산·재고·물류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부 고정 소비층과의 접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은 SKU 정리와 판매 채널 조정, 구매·물류 효율화 등을 병행하며 운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저수익 SKU 축소는 단기 수익성 개선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제품군 축소 과정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하락 부담도 함께 거론되면서 손익 방어와 시장 접점 유지가 동시에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기업은 제품 수가 많을수록 원재료 확보, 생산라인 운영, 제품별 재고와 물류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주력 제품은 이 비용을 매출로 흡수할 수 있지만, 판매 회전율이 낮거나 별도 공정 부담이 큰 제품은 같은 영업망을 공유해도 수익성이 제한적이다.

가격 인상과 용량 조절이 모두 부담스러운 시장 환경도 제품군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진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에 곧장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량 조정 역시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이에 식품사들은 저수익 제품을 줄이고 고수익 주력 제품 중심으로 생산 및 물류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판매량이 검증된 제품도 운영 부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오리온은 지난해 ‘초코파이 하우스’ 초코앤크림·딸기앤크림 2종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출시 1년여 만에 5000만개 이상 판매됐지만, 프리미엄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 특성상 코코아 가격 급등과 고환율 부담이 제품 운영 변수로 거론됐다.

가격을 올리거나 단기간 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군 조정은 현실적인 대응 카드로 꼽힌다. 판매량이 낮은 제품까지 유지하면 생산과 재고 부담이 누적되는 만큼 저수익 SKU 정리가 손익 방어를 위한 현실적 선택지로 거론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된다”며 “판매량이나 수익성이 낮아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제품은 생산을 이어가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해 소비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단종됐던 ‘비29’를 재출시 했다. [사진=농심]
농심은 지난해 소비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단종됐던 ‘비29’를 재출시 했다. [사진=농심]

저수익 SKU 정리가 반복되면 일부 고정 소비층과의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도 특정 소비자가 꾸준히 찾던 제품은 해당 브랜드를 계속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의견이다.

식품 소비는 반복 구매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 소비자는 익숙한 맛과 용량, 가격대를 기준으로 재구매를 이어간다. 판매 규모가 크지 않은 제품도 일부 소비층에는 해당 브랜드를 계속 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종 이후 소비자 요청으로 다시 출시되는 사례도 있다. 농심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카레맛 스낵 ‘B29’를 재출시했다. B29는 1981년 출시돼 1991년 단종됐고, 2009년 한 차례 재출시됐다가 2012년 다시 사라진 제품이다. 지난해 재출시는 판매가 중단된 제품도 소비자 기억 속에 남아 다시 구매 수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이 수익성을 이유로 특정 제품을 단종할 경우 해당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 대체 제품을 찾지 못하고 경쟁 브랜드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수익 제품 정리가 이어지면 단기적인 손익 개선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와 고정 소비층 간의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수익 제품군 정리는 기업의 합리적 경영 판단이다. 다만 식품은 소비자가 맛과 기억을 함께 소비하는 품목인 만큼 단종 이후 소비자 반응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소비층을 붙잡을 대체 제품이나 브랜드 경험을 마련하지 못하면 단기 손익 개선 이후 소비자 접점 약화라는 부담이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수익 제품 정리는 기업의 선택이지만,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예전처럼 획일적이지 않고 취향이 세분화돼 일부 소비층이 꾸준히 찾는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즐겨 찾던 제품을 단종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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