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피아니스트 이혜림의 독주회는 피아노 한 대가 시대와 양식, 감정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어 말하는지 짚는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332)에서 출발해 드뷔시의 에스탕프(Estampes), 바체비치의 피아노 소나타 2번(Piano Sonata No. 2),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Op.16(Kreisleriana, Op.16)으로 향한다.
고전주의의 선명한 질서와 인상주의적 색채, 현대음악의 강한 리듬을 차례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Piano Sonata No. 12 in F Major, K.332)는 밝은 조성 안에서도 세밀한 긴장을 품는다. 1악장 알레그로(Allegro)는 노래하는 선율과 명료한 형식이 중심을 이룬다. 2악장 아다지오(Adagio)는 정제된 서정을 드러내고, 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는 빠른 움직임 속에서 손끝의 균형감이 요구된다.
드뷔시의 에스탕프(Estampes)는 피아노의 음색을 회화적 감각으로 바꾸는 작품이다. 파고드(Pagodes)는 동아시아적 음향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라나다의 저녁(La soirée dans Grenade)은 스페인적 리듬과 색채를 담는다. 비 내리는 정원(Jardins sous la pluie)은 빗방울처럼 흩어지는 음형과 빠른 움직임이 인상적인 곡이다. 피아노는 타건 악기라는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빛과 공기, 거리감까지 품는 악기로 확장된다.
바체비치의 피아노 소나타 2번(Piano Sonata No. 2)은 프로그램의 강한 전환점이다. 폴란드 현대음악의 주요 작곡가로 꼽히는 바체비치는 장중한 에너지와 날카로운 리듬을 전면에 세운다. 1악장 마에스토소-아지타토(Maestoso-Agitato)는 장중함과 불안이 교차한다. 2악장 라르고(Largo)는 느린 호흡 속에서 음의 무게를 드러낸다. 3악장 토카타(Toccata)는 강한 추진력과 타격감이 핵심이다.
후반부는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Op.16(Kreisleriana, Op.16)이 맡는다. 작품은 E.T.A. 호프만의 인물 요하네스 크라이슬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여덟 개의 곡은 격정과 고요, 몽상과 불안, 충동과 독백을 빠르게 오간다. 피아니스트에게는 기교 이상의 설계가 필요하다. 감정의 급격한 전환을 설득력 있게 잡아내야 한다. 느린 악장 안에 숨은 불안까지 다뤄야 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림은 섬세한 감성과 지적인 통찰력을 강점으로 자기 음악 세계를 넓힌 연주자다.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해 수석 졸업했고,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는 수석 졸업과 총장상 수상으로 연주 역량을 인정받았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는 전액장학생으로 피아노 및 실내악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원에서 피아노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연주 기술과 학술적 깊이를 같이 다진 이력은 그의 해석이 감각에만 기대지 않는 이유다.
콩쿠르 이력도 두텁다. 음연, 국민일보·한세대, 틴에이저, 대구 TBC, 음악저널 콩쿠르에서 1위를 받았고, 음악춘추, 삼익, 성정, 세계일보 콩쿠르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일본 오사카 국제콩쿠르 2위, 독일 에틀링겐 국제콩쿠르 입상, 미국 MTNA 영 아티스트 콩쿠르 2위, 뉴욕 뮤직 인터내셔널 그랑프리 1위, 마켓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주곡 콩쿠르 우승 기록도 있다.
무대 활동은 금호영재시리즈 독주회에서 출발했다. 젊은이의 음악제, 야마하 리틀피아니스트 시리즈 독주회에 출연했고, 포르투갈 포르토 피아노페스트 상주예술가 독주회도 가졌다. 앤아버, 시애틀, 밴쿠버, 신시내티, 시카고한인문화원 등 해외 무대에서도 독주회를 열었다.
유학 시절 매 학기 맥널티, 브로드우드, 에라르 포르테피아노 실기 지도를 받았고, 미시간 스턴스 컬렉션 포르테피아노 독주회와 실내악 연주회를 기획했다. 역사적 건반악기의 구조와 음색을 직접 다룬 경험은 모차르트의 발음, 슈만의 프레이징, 드뷔시의 색채, 바체비치의 리듬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우는 데 힘이 된다.
실내악과 반주 활동도 꾸준하다. 금호영재 나르샤 트리오 독주회, 청소년 실내악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미국 유학 중 벨코림 트리오와 트리오 블랭크 슬레이트 멤버로 실내악 활동을 지속했다. 귀국 뒤에는 한송여름음악축제, 청년연주자를 위한 날개, 라율아트홀 독주회, 시카고 독주회를 거쳤다.
현재 한국피아노학회와 MK클래식포럼 회원이며, 충북예술고등학교와 부산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림 독주회는 네 작곡가의 작품을 빌려 피아노가 시대와 양식, 감정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어 말하는지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혜림 귀국 피아노 독주회는 오는 13일과 24일 대전 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열린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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