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지난해 말 경상남도 창원에서는 참극이 있었다. 성폭력 전과자에 의해 10대 청소년 2명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과 보호관찰 기관의 대처는 부실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 문제가 지적되기는 했으나 아이들이 죽었다는 보도와 왜곡된 구설이 연일 쏟아졌다. 유족 측은 당시 경찰이 언론과의 접촉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의 한 모텔 307호. 객실 안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살려주세요”라고 112에 외치고 있었다. 문밖에는 경찰이 도착해 있었다. 경찰은 문을 열지 못했고, 그 시간 동안 10대 피해자들은 객실 화장실 안에서 차례로 흉기에 찔렸다.
이상한 동선
당시 가해자 표모씨는 모텔 창문 밖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객실 안에서는 정모군과 김모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모군은 중상을 입고 살아남았다. 사건 직후 경찰은 “남녀 관계 갈등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며 ‘남자친구와의 다툼’ ‘격분 범행’ 정도로 묘사했다. 그러나 유족들과 생존자 진술,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격분 사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들이 적지 않다.
우선 표씨는 지난해 6월 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였다. 보호관찰 자료에는 우울증과 신경안정제 복용 사실, 성 문제 관련 경고 내용 등이 기재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출소 이후 관리 실태는 허술했다. 표씨는 다른 보호관찰 대상자인 최모씨와 수개월간 사실상 함께 생활했지만 보호관찰소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창원 의창구의 한 고시텔로 옮겼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도 거주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확인된다.
고시텔에는 휴지만 놓여 있었고 월세는 법무공단 지원금으로 처리되는 구조였다.
그는 사건 두 달 전인 같은 해 10월 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11월에는 퇴소 명령까지 받은 상태였음에도 관리 공백은 이어졌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출소자 관리 시스템이 서류상 주소와 형식적 보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특히 폭력성과 성범죄 성향이 의심되는 대상자에 대한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살려달라”고 외쳐도 모텔 문 강제로 안 열어
내부 상황 몰랐다지만 잇단 소극적 대응 정황
더 큰 문제는 사건 당일 오전 벌어진 일이다. 표씨는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동거 여성 이모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로 이미 경찰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피해 여성은 맨발로 도망쳐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피해자는 “표씨가 자신과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씨는 칼과 번개탄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경찰 대응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표씨는 직접 112에 전화해 “여자친구가 오해하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표씨를 임의동행했지만 약 2시간 만에 돌려보냈다. 현장 경찰관들은 표씨가 “고분고분했다”는 이유로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2시43분, 표씨는 다시 흉기를 구입했다. 칼, 망치, 드라이버, 가위, 술까지 샀다. 그러고는 모텔에 들어가 김양을 불러냈다.
사건의 가장 큰 논란은 현장 대응이다. 오후 5시7분경 모텔 객실 안에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살려주세요”라는 음성과 비명이 담겼다. 경찰은 약 3분 뒤 모텔에 도착했으나 이후 대응은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객실 문밖에서 “문 열어” “강제로 열기 전에 열어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객실 안에서는 이미 표씨가 피해자들을 흉기로 공격하고 있었다.
생존자 진술에 따르면 표씨는 정군을 화장실로 끌고 가 재차 공격했고, 김양과 김군도 차례로 화장실 안에서 흉기로 찔렀다.
그사이 경찰은 객실 문을 강제로 개방하지 못했다. 문은 경찰이 아니라 김모양이 직접 열었다. 그때까지도 상당수 경찰관은 표씨 추락 지점으로 이동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 대응 과정에서 응급조치 부실 논란도 제기됐다. 유족 측은 “경찰이 무전만 계속했고 지혈이나 심폐소생술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군은 구급차 추가 요청 과정에서 상당 시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최초 구조 이후에도 즉시 이송되지 못했고, 추가 구급대가 도착한 뒤에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의자 표씨, 사건 발생 오전부터 비상식적 행동
유족 “오전 신고 처리 실패가 오후 참극 불렀다”
사건 직후 경찰 설명도 논란을 키웠다. 초기에는 표씨가 범행 후 투신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김양은 “자살하려고 뛰어내린 게 아니라 도망치려다가 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경찰은 사건 초기 “남자친구와의 갈등” “시비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경찰 설명과는 반대로 드러난 정황은 표씨가 오전 폭력 사건 이후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김양을 협박해 모텔로 유인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유족들은 경찰 발표에 이른바 ‘각목치기’ 의혹성 보도까지 나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정군은 사건 당시 친구들을 구하려다 가장 먼저 흉기에 맞았다.
유족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유족 측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설명보다는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사건 초기에는 당일 오전 가정폭력 신고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뒤늦게 일부 내용을 인정하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도 “오전 사건과 오후 사건을 몰랐다”는 설명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엇갈린다.
유족 측은 이 사건이 단순 강력범죄가 아닌 ▲보호관찰 실패 ▲가정폭력 초기대응 실패 ▲현장 진입 실패 ▲응급조치 논란 ▲초기 브리핑 왜곡 등의 문제가 있었던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방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예고된 위험’을 여러 차례 놓친 사례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출소 이후 ▲불안정한 생활 ▲반복적 폭력 ▲허위 신분 접근 ▲오전 흉기 협박 사건 ▲오후 추가 흉기 구매 등의 행위가 이어졌음에도 어느 단계에서도 실질적 차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 오전 이미 경찰이 표씨를 직접 접촉했고 흉기와 번개탄 흔적까지 확인했음에도, 적극적인 분리·신병 확보·위험성 등은 판단하지 않았다.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곧 참극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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