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지원과 상생협력을 명분으로 운영 중인 '동반성장협력대출' 사업이 정작 핵심 협약은행인 IBK기업은행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공공기관 예탁금을 기반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이자수익을 챙기면서 정작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 지원 효과는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공공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협력업체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일부 기업과 특정 업체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동반성장협력대출 사업은 공공기관과 협약은행이 무이자 예탁금을 조성한 뒤 이를 재원으로 협력 중소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사업이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 구조에서는 협약은행 중심의 운영과 특정 기업 편중, 장기·중복 지원, 낮은 금리 지원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정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돈 맡겨 수백억 이자수익…"상생보다 은행 수익사업 전락"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반성장협력대출 사업을 운영 중인 32개 공공기관은 총 6524억원 규모의 예탁금을 기반으로 약 1조1047억원 규모의 대출한도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3597개 중소기업에 총 9579억원 규모의 대출이 지원됐다.
문제는 실제 운영 구조가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은행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기관이 체결한 동반성장협력대출 협약 가운데 대부분은 기업은행에 집중돼 있다. 전체 41개 협약 중 31개를 기업은행이 맡고 있으며 공공기관들은 총 5760억원 규모의 예탁금을 기업은행에 맡기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약 9602억원 규모의 대출한도를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상당한 수준의 안정적 이자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공공기관 동반성장협력대출 사업을 통해 기업은행이 얻은 이자수익 규모는 약 523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제 중소기업 지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5년간 대출잔액은 지속적으로 대출한도액에 미달했고 상당수 공공기관에서는 예탁금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사실상 은행 예금처럼 묶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영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기준 대출한도 대비 미공급률이 95.4%에 달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절반 수준의 미공급 상태가 이어졌다.
이는 공공기관들이 실제 금융 수요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을 체결한 데다 협약은행 역시 적극적으로 신규 지원 대상을 발굴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사업임에도 정작 금융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이자정산 방식도 논란이 됐다. 기업은행은 신규 대출 실행 시점이나 중도상환 시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단순 누적 방식으로 대출공급액을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돌려받아야 할 이자정산액이 실제보다 과소 계산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한국공항공사 사례에서는 평균잔액 기준으로 다시 계산할 경우 공공기관이 받아야 할 이자정산액이 기존 산정액 대비 최대 11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기업은행 산정 방식으로는 대출공급액이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계산돼 정산액이 '0원' 처리됐지만 평균잔액 기준으로 재산정할 경우 수억원 규모의 이자를 돌려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예탁금을 기반으로 기업은행은 안정적 수익을 확보했지만 정작 중소기업 지원 확대나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생협력 사업이 사실상 기업은행 수익사업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복지원·특정기업 편중 방치…"정책 형평성 훼손" 비판
기업은행의 관리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전체 41개 협약 가운데 31개를 운영하며 사실상 동반성장협력대출 사업의 핵심 관리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수 공공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전체 지원 현황과 업체별 지원 이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한 기업에 대한 중복 추천과 중복 지원이 장기간 반복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장기·중복 지원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기업이 두 개 이상 공공기관으로부터 동시에 금리 지원을 받고 있는 사례는 566개 업체에 달했다. 일부 기업은 최대 6개 공공기관에서 중복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자회사 간 중복 지원 사례도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전력 발전 5개 자회사 지원업체를 분석한 결과 두 개 이상 발전사에서 동시에 지원받는 업체 비중은 2020년 9.2%에서 2024년 16.7%까지 증가했다. 일부 기업은 세 개 발전사로부터 동시에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은 사례도 있었다.
정책자금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신규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는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한된 정책금융 재원이 특정 기업에만 장기간 지원될 경우 정작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새로운 협력업체나 영세 중소기업은 정책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생협력이라는 정책사업이 특정 업체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정책 수혜의 형평성과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기 지원 문제도 논란을 사고 있다. 전체 협약 가운데 약 47.6%는 협약서에 대출기간 자체가 명시되지 않았고 이들 협약을 통해 지원받은 기업 가운데 38.8%는 3년 이상 장기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6년 이상 혜택을 유지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경우 기업 대출한도와 지원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특정 업체에 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위 6개 업체가 전체 이자지원액의 77.3%를 차지했고 특정 컨테이너터미널 업체 한 곳이 전체 지원액의 31.2%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중복·장기 지원 구조를 관리할 통합 시스템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기관별 지원 정보가 개별적으로 관리되다 보니 한 기업이 여러 공공기관에서 동시에 지원을 받더라도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대부분의 협약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중복 지원 현황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반성장협력대출이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핵심 협약은행인 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공공기관 예탁금을 활용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는 구조를 넘어 실제 협력 중소기업 발굴과 금리 지원 확대, 지원 효과 분석, 중복지원 관리까지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지원기간과 대출한도를 협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일정 기간 이후 혜택을 종료하는 '졸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동반성장협력대출은 단순한 일반 금융상품이 아니라 공공기관 예탁금을 활용한 정책금융이라는 점에서 공공성과 형평성이 핵심 가치가 돼야 한다"며 "그런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안정적인 예탁금을 기반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똑같은 기업에만 반복·중복 지원까지 이어진다면 정책 본래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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