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딜레마'에 빠진 한국 금융[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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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딜레마'에 빠진 한국 금융[데스크 칼럼]

이데일리 2026-05-18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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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금융당국은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중간생략) 성벽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 구조 시리즈’ 3탄을 통해 던진 이 한마디가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건전성’이란 금융 정책의 기본철학과 방향성을 향해 던진 의문문이기 때문이다.

정수영 증권시장부장


한국 금융은 오랜 시간 ‘건전성 우선주의’란 밑바탕 위에서 움직여 왔다.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며 금융당국의 최우선 목표는 시스템 안정이었다. 은행들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과 연체율,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했고 금융당국은 총량 규제와 충당금 적립, 스트레스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강화했다. 건전성을 중시하는 은행들은 신용과 담보물 가치를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해왔다. 그 결과 한국 금융은 다시 보수적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견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식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붕괴를 상대적으로 비껴간 것도 이 같은 보수적 체계 덕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시장에 내몰리고, 자금이 안전자산인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김용범 실장이 지적했듯,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라는 차원에서 고신용자와 부동산 담보라는 온실 속에서 안전한 이자장사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정부 들어 ‘저신용자를 위해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라’(포용 금융), ‘담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기업에 대출을 취급하라’(생산적 금융)는 강력한 주문이 나왔다. 둘 다 건전성 측면에선 금융권에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두 정책이 현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어느 정권에서나 서민과 기업을 위한 금융을 강조해왔고,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포용적 금융은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다만 다른 점은, 다른 정권보다 의지가 강하며 금융을 잘 안다는 점이다. ‘건전성’을 기본 바탕에 놓고, 그 위에 포용과 생산적 금융을 올려 놓는다면, 결과물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을 잘 아는 김용범 실장이 던진 화두는 형식적 쇼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것까지 바꾸라는 주문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금융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과거 위기 경험은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다시 안전을 우선하게 만든다. 더구나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 자영업 비중 역시 크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조정이 겹칠 경우 저신용자층이나 정책 유도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금융당국은 단순 총량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계대출과 연체율 관리 중심 사고가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동산의 경우 투자용 대출이냐, 실수요를 위한 것이냐 하는 정교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단순 기업 대출이냐 생산적인 것이냐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RWA 비율 완화 등 과감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업권간 장벽 완화와 데이터 기반 금융 확대도 중요하다. 지금은 은행·카드·보험·저축은행 등 업권별 규제가 강하다. 이는 리스크 관리에는 유리하지만 차주와 기업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 매출과 현금흐름, 소비 패턴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체계 확대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만 건전성을 포기할 순 없다. 혁신과 성장을 지향하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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