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외무-사우디·쿠웨이트·이집트 긴급 통화…사우디 "UAE 대응 지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받고는 이란을 배후로 놓고 중동 주변국과 연쇄 접촉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한 직후 걸프국에서도 미국과 가까운 사이인 UAE로 이란 전쟁의 불씨가 번지고, 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도 UAE 대응에 지지를 선언하면서 중동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지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1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주범이 직접 실행했든, 혹은 대리인을 통해 실행했든, 청정한 바라카 발전소에 대한 테러 공격은 위험한 사태 악화(escalation)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이번 공격이 "모든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하는 어두운 장면"이라며 "이 금지된 도발은 우리 지역이 악의 세력, 혼란, 파괴에 맞서 마주하고 있는 도전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UAE 국방부는 공격 배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을 공격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피격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모로코·이집트·바레인 외무장관과 잇달아 통화하고 상황을 공유했다.
UAE 외무부는 엑스에서 "각국 외무장관들은 정당한 이유 없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으며, 국제법에 의거해 자국의 주권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UAE의 완전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알나하얀 장관은 이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도 "UAE는 이번 테러 공격에 대응할 전적인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UAE가 이번 바라카 원전 공격에 대한 보복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동 지역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바라카 원전 공격을 규탄하며 UAE에 연대 의사를 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드론 공격은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며 "UAE의 주권·안보·영토 보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의 지지 선언은 최근 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무차별 공습에 노출된 UAE와 사우디는 최근 이란에 비밀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양국이 직접 교전국으로 참전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날도 자국 영공에 침입한 이라크발 무인 드론 3대를 요격,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역시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모하마드 모흐베르 최고지도자 수석고문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은 수년간 그들(걸프 국가들)을 친구이자 형제로 여겼으나 그들은 독립성을 스스로 선매함으로써 그들의 영토와 조국마저 팔레스타인과 이란의 적들에게 처분을 맡겨 버렸다"고 비판했다.
모흐베르 고문은 그러면서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이란 국영방송 산하 채널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개인 화기 사격 교육을 진행하며 앵커가 직접 총으로 UAE 국기를 겨냥하는 장면을 방송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미국이 공격 재개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중동 전역에서 다시 전운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시간이 얼마 없다"면서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그들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로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신화통신 등이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버지니아주에 있는 개인 골프장에서 안보 보좌진과 만났으며, 오는 18일에는 국가안보팀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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