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어서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안경덕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땐 ‘삼성전자 노사는 대화도 못 한다’는 것을 알리는 꼴이 된다.”(권기섭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성과급 지급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전직 노동부 장관·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경사노위 위원장 등 노동부문 장관급 인사들은 긴급조정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사측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급 인사들은 이번 삼성전자 노사 이슈를 한국의 노사관계 미래를 가를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대’를 기반으로 발전해온 노조가 기득권 이해만 따질 경우,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대화를 가능케 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무노조 사업장에서 유노조 사업장으로 바뀐 삼성전자 노사 간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사전 조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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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 발동땐 후유증 클 것”
전직 장관급 인사들이 정부의 긴급조정권을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긴급조정권 발동 땐 삼성전자 노사가 ‘외부의 힘’ 없이는 대화도 못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삼성전자 노사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권기섭 전 위원장은 18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노조 사업장이 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정부가 개입하면 그 자체로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자체 현안을 스스로, 그리고 처음부터 풀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사는 노사관계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미래를 위해서도 (긴급조정권 발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안경덕 전 장관 역시 “삼성전자는 상당히 큰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노사가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 또한 “긴급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원칙을 기반으로 한 자율 타결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정식 전 노동부 장관도 “삼성전자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관행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긴급조정권 발동 땐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했다.
2005년 긴급조정권 발동 당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차관급)이었던 이원덕 노사공포럼 대표도 “긴급조정권 발동이 안 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노사관계는 ‘자치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에 노사가 풀어야 한다”고 했다.
노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경영진의 능력인데, 전세계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매년 이뤄질 노사교섭 때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불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전 노사문제 예견...정부 사전대응 미흡”
성과급을 둘러싼 이번 노사 문제가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 노사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고도 전직 장관급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가 연대가 아닌 기득권 지키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김태기 전 위원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SK, 현대차 등 대기업으로까지 이번과 유사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노동문제 해결 역량을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권기섭 전 위원장은 “연대를 고려하지 않은 파업이 정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파업이 이어지면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게 한) 노란봉투법도 소용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원덕 대표는 “원청은 엄청난 수익 배분을 받고 하청은 못 받아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삼성 노조가 노동시장 공정성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며 “과거 현대차 노조가 우리나라 노사관계 노조 측을 대표했다면, 이번을 계기로 삼성 노조가 그 위치로 오를 수 있다. 삼성 노조가 길게 보고 대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유노조 사업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노사 양측이 노사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음에도 정부가 사전 대응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기 전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사는 단체교섭 경험이 없지 않나. 지금은 사후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노동위원회가 사전조정을 좀더 치열하게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정부도 삼성 노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 교육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채필 전 장관은 “경영성과급은 상여금과 달리 임금성이 없어 교섭 사항이 아님에도 정부가 노사가 대화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았다”며 “정부가 원칙을 세워주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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