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울며 겨자먹기' 트럭 사용…수송력 한계로 병목 지속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육상 우회 물류망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수송 능력 탓에 물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터키를 거치는 육상 경로와 요르단·이라크·쿠웨이트를 연결하는 육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을 거점으로 삼는 경로 등을 대체 노선으로 이용 중이다.
대체 경로 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당 지역을 오가는 물류 운임은 빠르게 뛰어올랐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중국 상해에서 홍해·걸프만으로 향하는 노선의 운송 비용은 전쟁 발발 전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980달러(약 147만원)였으나 지난 15일 기준 4천131달러(약 621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최고 운임이던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TEU당 3천960달러(약 596만원)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용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육상 운송에 필요한 트럭 확보 경쟁이 꼽힌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업체들인 MSC, 머스크, CMA-CGM, 하파그-로이드 등은 전쟁 후 사우디 얀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등 홍해·오만만 연안 항구에서 사우디 담맘, 이라크 바스라, UAE 제벨알리 등 항구도시로 이어지는 트럭 운송 노선을 개설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크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상당한 규모의 트럭 운송 역량이 동원됐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가격 정보 업체 아거스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 비료 기업인 사빅 아그리-뉴트리언츠는 요소 선적 화물을 트럭으로 실은 뒤 사우디 내륙을가로질러 14∼15시간 동안 운송 중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의 운송비가 1톤(t)당 80∼90달러(약 12∼13만원)씩 추가되고 있다고 아거스는 추산했다.
물류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럭 운송은 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송 능력의 극히 일부만을 대체할 뿐이다.
롤프 하반 얀센 하파그-로이드의 CEO는 최근 자사 팟캐스트에서 걸프 지역으로의 무역 물동량이 60∼80% 감소했다고 말했다.
인도 대기업 타타 그룹의 자회사 타타 컨슈머 프로덕츠의 공급망 담당 부사장인 토니 스텁스는 "운송 기간이 길어져 혼잡 현상이 발생 중"이라며 "물류 도착 지연 기간이 최대 60일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료 무역업체 헥사곤 그룹의 크리스티안 웬델 사장은 "비료는 원래 항로를 이용하면 일반적으로 3만∼5만t 규모를 옮길 수 있지만 트럭은 한 대당 약 30t만 실을 수 있다"며 "물류 업계에는 악몽 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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