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케이블 사용료 부과 천명하며 미국 빅테크 겨냥 압박
케이블 공격 우려도…"글로벌 금융·통신망 혼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세계 경제의 '숨겨진 동맥'인 해저 통신 케이블을 새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 재개 위협에 맞선 이란이 원유 수송로를 넘어 글로벌 인터넷망까지 영향력을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인터넷 케이블에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관영 언론은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해저 케이블에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이란 법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일부 해저 케이블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매체는 또 해저 케이블 업체들이 호르무즈 해협 해저 통과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향후 케이블 수리·유지보수 권한은 이란 기업에 독점적으로 부여될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이란 의회도 지난주 해저 케이블 사용료 부과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소형 잠수함과 수중 드론 등을 동원해 해저 케이블을 파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는 유럽·아시아·페르시아만을 연결하고 인터넷 트래픽을 전송하는 주요 대륙 간 해저 케이블이 깔려 있다.
만약 이란이 해저 케이블을 공격할 경우 인터넷 속도 저하뿐 아니라 은행 시스템·군사 통신·AI 클라우드 인프라 등 모든 분야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은 심각한 인터넷 연결 장애를 겪을 수 있으며,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는 인터넷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도 역시 인터넷 트래픽 상당 부분에 영향을 받아 아웃소싱 산업에서 수십억달러 규모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훕투르 연구소의 무스타파 아흐메드 수석 연구원은 "(해저 케이블에 대한) 어떤 공격이라도 여러 대륙에 걸쳐 연쇄적인 '디지털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대리 세력이 홍해에서 추가로 케이블 공격에 나설 경우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홍콩 통신회사 허치슨글로벌커뮤니케이션스(HGC)에 따르면 2024년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이 침몰하면서 홍해 해저 케이블 3개가 절단됐고, 당시 해당 지역 인터넷 트래픽의 약 25%가 마비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란의 구상이 실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질적 지렛대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경우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 따라 이란에 추가 요금 등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한 해저 케이블이 이란 해역을 통과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CNN은 짚었다.
이란과의 충돌을 우려한 국제 통신사업자들은 의도적으로 이란 영해를 피해 케이블을 설치해왔으며, 이 때문에 걸프 지역의 해저 통신 인프라는 대부분 오만 영해 쪽에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이란 영해를 통과하는 해저 케이블은 '팔콘'·'걸프 브릿지 인터내셔널' 등 2개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데이터 전송량 역시 전 세계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조사회사 텔레지오그래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케이블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국제 대역폭의 1% 미만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란의 해저 케이블 카드는 미국의 위협에 맞선 '보여주기' 식 시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중동 팀장은 "이란의 위협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렛대 효과를 과시하고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며 "그것은 세계 경제에 아주 무거운 비용을 부과해 아무도 감히 다시는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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