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급등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아파트 선호 현상 등 거시·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향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형태를 불문하고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매매 시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에 따른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임대차 시장 역시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과 신축 공급 부족이 겹치며 전세와 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 주(5월 11일 기준)까지 누적 3.1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상승률(1.5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월간 흐름을 살펴보면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발표 직후인 2월(0.74%)과 3월(0.34%)에는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으나, 4월 들어 0.55%로 다시 확대됐다.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이후 첫 공표된 5월 둘째 주 주간 상승률은 0.28%를 기록하며 직전 주 대비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임대차 시장의 과열 양상은 더욱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2.89%로, 지난해 동기 상승률(0.48%)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속도로 치솟고 있다. 월세 역시 올해 4월까지 누적 2.39% 올라 지난해 동기(0.57%)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전세 물량 부족이 월세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수급지수도 매도자와 임대인이 주도권을 잡은 시장 상황을 방증한다. 5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와 전세수급지수는 각각 108.3과 113.7을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3월 첫째 주(108.5) 이후, 전세수급지수는 같은 달 둘째 주(116.8)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기준 월세수급지수 역시 109.7로 2021년 10월(110.6)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금융그룹 산하 부동산연구소들은 최근의 트리플 강세 현상이 단순한 심리적 반등을 넘어 거시경제적 요인과 주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우선 매매 시장의 상승 동력으로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꼽힌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광의통화량(M2 기준·평잔)은 4132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주식 및 자산시장 호황으로 발생한 자산 처분 소득이 부동자금 형태로 머물다 아파트 시장으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내수 부진 우려로 한은의 금리 동결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공급 시차에 기인한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태 이후 임차 수요가 아파트로 대거 이동했으나 이를 수용할 신축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착공 기준이어서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2~3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는 월세화 경향까지 더해지며 전세 매물은 더욱 귀해진 상태다.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는 지방선거 이후 가시화될 세제 개편안과 지역별 디커플링(차별화) 현상이 지목된다.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장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른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의 급매물이 하반기에 출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강남 등 상급지의 가격 조정이 서울 전체 시장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아파트 시장은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하위권 지역의 실수요가 전체 상승세를 견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영향이 큰 초고가 시장과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 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는 최근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들에 대한 세제 측면 규제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이들의 반응에 따라 강남권의 시장 기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세금 규제의 영향이 작은 중하위권은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임대차 시장의 경우 매매 시장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55% 오르는 동안 전세와 월세는 각각 0.82%, 0.74% 상승하며 매매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는 전월세 시장의 상승 압력이 매매 시장보다 구조적으로 더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아파트 공급뿐만 아니라 대체 주거시설의 공급 활성화 등 단기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매시장이 안정된다고 해서 전월세 시장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준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 등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지어 전월세 공급 효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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