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은 이광용 캐스터에게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이번 대회는 그가 참여하는 네 번째 월드컵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JTBC 중계진으로 월드컵을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분기점을 앞두고 있는 이광용 캐스터를 13일 만났다.
2014년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까지 현장을 경험한 그는, 이번에도 월드컵 무대에 선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기뻤다”고 했다. KBS를 떠난 뒤 1년 8개월여,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은 “매일이 전쟁이고 전투”에 가깝지만, 그만큼 더 절실하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서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월드컵 이야기는 단순한 중계 소감이 아니라, 회사를 떠난 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축구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고백에 가까웠다.
이광용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거창한 각오보다 먼저 “감사함”을 말했다. KBS라는 공영방송 울타리를 벗어난 뒤에도 축구 캐스터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1차적 바람은 이미 이뤘고, 지난해 K리그와 A매치 중계를 맡으며 현장 감각도 되찾았다. 그러던 중 JTBC의 연락을 받았고, 그는 포지션이나 비중과는 상관없이 “월드컵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뻤다”고 했다. 프리 선언 이후 막연하게 품고 있던 ‘2026년 월드컵 중계’라는 목표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은 오히려 최근의 ‘축구 밀착도’다. 그는 2025년 한 해에만 K리그, 코리아컵, A매치 등을 포함해 축구 중계를 50회 넘게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같은 메이저 대회가 없던 시기의 KBS 재직 10년보다 더 많은 경기 수다. 선수도, 기자도, 아나운서도 결국 많이 할수록 는다고 그는 말했다. 매주 경기장에 나가고, 현장 관계자들과 부딪히고, 해설위원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쌓이면서 경기 감각과 경험치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이광용에게 프리 선언 이후의 시간은 불안정한 모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축구 중계인으로서는 가장 농밀한 훈련 기간이기도 했다.
이광용은 자신이 추구하는 캐스터상을 두고 “거슬리지 않는 중계”라고 표현했다. 자극적인 유행어나 강렬한 한마디로 역사에 남겠다는 욕심은 없다고 했다. 물론 결정적 순간에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멘트가 오래 남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본질을 잃게 된다고 봤다. 대신 그는 시청자가 “저 친구랑 같이 보면 불편하다”가 아니라 “저 친구랑 같이 보면 편하고, 내가 모르는 걸 쉽게 알려준다”고 느끼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재미가 조금 덜하더라도, 함께 축구를 보는 친구 같은 중계. 그것이 그가 월드컵에서도 지키고 싶은 원칙이다.
프리 선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뜻밖의 표현이 나왔다. 그는 “아내를 만난 것 다음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실제로 KBS를 떠날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사표를 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오래도록 KBS에 남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축구 중계에 대한 갈망은 컸고, 중계권이 계속 방송사를 빠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프리 선언 이후 세운 목표는 대부분 이뤄졌다. 축구 중계석으로 돌아가는 것, 국가대표 경기 중계를 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까지. 그는 요즘의 삶을 “감사함 투성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광용은 축구만 하는 방송인도 아니다. 채널A 여성 야구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에 참여하고 있고, 특강과 각종 외부 활동도 병행한다. 방송 안팎에서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나누는 일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축구였다. 더 자주, 더 가까이, 더 깊이 축구 속으로 들어간 시간들이 그를 지금의 월드컵으로 데려왔다.
네 번째 월드컵을 앞둔 이광용은 여전히 특별한 한 방보다 기본을, 화려함보다 전달을, 과장된 존재감보다 편안한 동행을 말한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오랜 시간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기보다,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하도록 돕는 목소리로 남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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