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기사 당장 내려라”, “하락에 베팅한 악의적 보도 당장 멈춰라“,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깎아내리기만 한다".
최근 삼천당제약의 청사진에 가려진 리스크를 짚는 기사에 여지없이 뒤따르고 있는 주주들의 반응 중 일부다. 기사 내용에 대한 건전한 반박이라기보다는 당장의 비판을 억누르려는 감정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이 주를 이룬다.
물론 주주들의 참담한 심정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삼천당제약이었다.
먹는 비만약·당뇨병 치료제로 시장의 관심을 끌며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3만2500원에서 지난 3월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황제주’ 타이틀은 단 4일 만에 끝났다. 순식간에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나버린 주가 앞에서 막대한 자산 손실을 겪고 있는 투자자가 평정심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이나 지적을 무조건 외면하고 쓴소리를 막아 세우는 이른바 ’입틀막‘ 식의 대응은 눈앞에 닥친 손실에 매몰돼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위기에 처한 주주들이 맹목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주주들에게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삼천당제약이 단기간에 시장의 이목을 끈 배경에는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꾸는 자체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S-PASS’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경구용 GLP-1 치료제의 미국 독점 계약 소식은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을 향한 시장의 환호는 얼마 가지 않아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당장 삼천당제약의 발목을 잡은 건 계약 규모와 기술적 불투명성이었다. 삼천당제약은 미국시장에서 10년간 15조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시에 기재된 확정 금액은 1억 달러(약 1500억 원) 규모 마일스톤(기술료)뿐이었다.
여기에 수익의 90%를 삼천당제약이 가져가는 이례적인 계약 구조는 시장의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통상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측과 기술을 제공받는 측은 5대 5로 이익을 나누기 때문이다.
회사는 특허 회피 전략과 원가 경쟁력을 제시하며, 그와 같은 계약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계약 구조상 파트너사가 공개되지 않으며 의혹은 증폭됐다. 결국 삼천당제약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 공정공시 미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함께 벌점 5점을 부과받았다.
계약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에 대한 논란도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GLP-1이 제네릭(복제약)으로 인정받았다며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문서는 정식 허가 단계가 아닌 개발 요건을 사전 협의하는 ‘PRE-ANDA’ 미팅 요청 서류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은 게 아니지만 확답받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승인 단계와 상담 단계를 혼동시키는 ‘자의적 해석’은 삼천당제약에 대한 신뢰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기술의 실체를 둘러싼 물음표는 핵심 플랫폼인 ‘S-PASS’의 특허권 문제로 번졌다. S-PASS의 특허권자가 삼천당제약이 아닌 대만의 ‘서밋바이오테크’로 밝혀지며 기술 소유권 논란이 일었다.
이후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며 뒤늦게 특허권 이전을 추진했다. 이처럼 삼천당제약은 논란에 대한 투명한 해명보다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반박과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며 주주 달래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급한 불을 끈 삼천당제약에 있어 과제는 여전하다. 전인석 대표는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2500억 원 규모의 블록딜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하고 주식담보대출로 선회했다. 최악의 투심 악화는 막았지만, 투자자들로선 향후 주가 변동성에 따른 반대매매 리스크나 잠재적 대기 물량(오버행)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할 처지다.
시장의 신뢰는 화려한 언변이나 맹목적인 팬덤 그리고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천당제약이 시장의 의구심을 털어내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면 눈가림식의 펌프질이나 땜질식 해명이 아닌, 객관적이고 투명한 데이터로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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