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출장 중 급거 귀국해 대국민 사과와 호소문을 발표하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파업 강행 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협상 타결을 당부한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과 16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조를 방문, 설득작업 끝에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이 회장은 노조가 파업에 대한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자 해외 출장 일정을 변경해 16일 급거 귀국했다.
이회장은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에 대해서는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모두 삼성인 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라고 호소했다.
김민석 총리는 18일 정부청사에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조에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고, 회사측에는 "노사 상생의 해법 마련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출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과 성과급 상한선의 철폐와 제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의 배경은 삼전 노조의 독자적 요구안이라기보다는 이미 기준선이 돼 버린 SK하이닉스와의 비교 때문이다.
지난 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열린 노조의 대규모 결의대회에는 4만여 명의 노조원들이 참여,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SK하이닉스 지인은 이번에 십수억원 짜리 집을 산다고 들었다. 우리도 성과를 낸 만큼 받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PS(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삼아 연봉의 최대 50%(기본급 1000%)까지 성과급을 지급해왔지만, 사상 최대 실적 속 PS 상한을 초과하는 ‘실적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서 노사 간 이견이 커졌다.
사측은 PS 상한을 1,700%로 높이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노조 요구를 수용,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한도도 없애기로 결정했다. 다만, PS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분할 지급키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초과 이익에 대한 성과급 규모 확대는 수용할 수 있지만 상한선 폐지와 제도화는 힘들다면서 영업이익의 12% 성과급 지급과 업계 1위 달성시 매년 같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기존 PS 상한선을 초과, 메모리사업부 직원 1인당 평균 약 5억 원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지만 여전히 상한 제한이 걸려 있고, 상황에 따라 1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 노조 집행부의 탈출구를 가로막고 있다. 회사측 안을 수용할 경우, 노조원들로부터 SK하이닉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성과급과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충안이 어떤 내용이 되든 노조로선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18일 2차 사후 조정에선 회사측이 영업이익의 13%를 상한선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이를 명문화해 줄 수 있느냐가 타결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이 외에 삼성전자 사업부간 성과급 보상 차이도 쟁점이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지면 큰 어려움 없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떤 형태로 타결되든 호황과 불황 사이클 편차가 심한 메모리사업 부문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도 향후 엄청난 성과급 압박을 감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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