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중소슈퍼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변화 덕분이다. 소비자는 이제 ‘한번에 많이 사고 오래 쓰는 방식’보다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춘 근거리·소량·즉시 소비를 선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히려 위기처럼 보이던 중소슈퍼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중소슈퍼가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혁신은 지역 기반 초신선 상품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대형마트는 점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선식품 회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온라인 플랫폼은 빠르지만 미세한 품질 차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어렵다. 이 틈새를 메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네슈퍼다. 매일 소량으로 들어오는 지역 농산물, 당일 조리한 반찬, 1~2인 가구가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소포장 신선식품 등은 중소슈퍼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강점이다. 가까운 곳에서 품질이 증명된 ‘생활밀착형 신선식품’을 살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의 구매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동네슈퍼는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자체브랜드(PB)상품을 개발해 반복 구매를 이끌 수 있다. 작은 가게일수록 정성껏 만든 ‘대표 메뉴 하나’가 놀라운 경쟁력을 발휘한다. 스위스 일부 마을에서는 고향의 특정 치즈 맛을 해외 출향민에게 판매해 큰 수익을 얻고 있다.
지역 중소슈퍼 역시 우리 고장을 상징할 수 있는 특정 명물 상품을 개발해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해외나 타지에 사는 출향민에게 향우회를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과자 등이 그 예다.
소비자가 동네슈퍼에 가야 하는 이유는 거창한 시설이나 과도한 서비스가 아니다. 작은 차별성, 신선도, 생활 편의성에서 시작된다. 동네슈퍼는 지역 밀착도를 활용해 정기 구독형 단골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우유, 달걀, 두부, 채소 같은 기본 식품을 주 단위로 정기 배송하고 자주 찾는 반찬을 반찬 꾸러미 구독상품으로 구성해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가까운 위치 덕분에 직장인, 노인, 장애인 등 이동이 불편한 고객을 자연스럽게 단골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반복 소비는 동네슈퍼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자 수익원이 된다.
동네슈퍼는 근거리 기반이므로 부담 없는 배달비와 30분 내 즉시 배송이 가능하다. 즉시 배송이 만드는 ‘생활 속 편리함’. 이는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로켓배송’보다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특히 젊은 1~2인 가구는 빠르고 간단한 장보기를 원한다. 기본 장바구니 패키지, 즉석 요리 키트 등은 중소슈퍼가 대형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실질적 무기다.
동네슈퍼는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농가 직거래 행사, 간단한 시식회, 주말 플리마켓, 즉 직접 만든 공예품이나 쓰지 않는 중고거래 장터 등을 운영한다면 주민 간의 따뜻한 거래문화가 형성된다. 사람들은 단지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소통의 친숙함을 경험하기 위해서도 동네슈퍼를 찾는다.
중소슈퍼는 수년 동안 주민과 쌓아온 관계와 신뢰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 이제 이를 오늘의 소비 트렌드에 맞게 재포장해야 한다. 지역 대표상품, 구독 단골, 즉시 배송, 커뮤니티 공간 같은 요소들은 중소슈퍼가 가진 고유한 경쟁력이다. 이들 강점을 체계적으로 활용한다면 중소슈퍼는 지역경제를 선도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