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버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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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아버지의 그늘

경기일보 2026-05-17 19:19: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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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붕 수원시체육회 종목단체위원회 위원장

 

나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1966년 말띠로 어느덧 예순 고개를 넘었다. 인생을 돌아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버지’다.

 

고등학교 1학년 5월, 봄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났다. 아버지의 부재는 단순한 이별을 넘어 삶의 버팀목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라는 것을. 집 안의 공기가 달라지고 어머니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깨닫는다. 아버지의 그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것은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었고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잠시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이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자랐고 그 존재를 당연히 여겼다. 그러나 그 그늘이 사라진 뒤에야 그 크기와 깊이를 비로소 알게 됐다.

 

이제 나는 한 가정의 아버지로 서 있다. 곁에는 평생을 함께한 아내가 있고 서른을 넘긴 아들과 딸이 있다.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품 안의 자식들이다. 문득 묻게 된다. 나는 과연 내 아이들에게 어떤 그늘이었는가.

 

젊은 시절의 나는 가족을 책임진다는 이유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쉼 없이 일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때는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아버지의 그늘은 물질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한 시간 가족들과 나눈 대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그늘이었다.

 

요즘 나는 일부러라도 아이들과 마주 앉는다. 짧은 식사 한 끼 소소한 대화 속에서 늦게나마 아버지의 역할을 채워가고 싶어서다. 완벽하지는 못해도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자리 하나는 남겨주고 싶다.

 

아버지는 떠났지만 그분의 그늘은 여전히 내 삶 속에 남아 있다.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 선택의 순간마다 기준의 돼주는 기억들, 그것이 아버지가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다.

 

이제 나는 그 그늘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내 아이들이 언젠가 나를 떠올릴 때 따듯한 기억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바란다. 비바람을 모두 막아주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쉬어 갈 수 있었던 그늘로 기억되기 바란다.

 

환갑의 나이에 비로소 알게 된다. 아버지의 그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그늘을 조금 더 넓히기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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