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1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차량광고 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유세차량을 제작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산=이성희 기자 token77@
21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돌입을 사흘 앞두고 선거 유세차량 제작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2022년 대선 당시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유세버스 사망사고 등을 계기로 관련 제도가 대폭 강화됐지만, 정작 후보자와 캠프는 물론 일부 업체들까지 바뀐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채 선거 준비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수백 명의 후보가 동시에 움직이는 지방선거 특성상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이 현장에서 한꺼번에 분출되는 모습이다.
17일 취재에 따르면, 2024년 1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선거 유세차 일시적 튜닝 승인제'가 도입돼 지난해 대선부터 본격 실시됐다.
이전에는 선거운동 관련 차량 구조 변경이나 사용에 대한 기준은 사실상 일반 차량보다 느슨한 편이었다. 트럭이나 버스에 대형 스피커와 LED 전광판, 접이식 무대, 발전기 등을 설치해도 선거 기간이라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 간판업체나 차량업체가 임시 개조를 맡는 일도 흔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유세차 관련 사고와 민원이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 대선 당시 전남 순천에서는 유세차 구조물이 고가도로에 걸려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22년 대선에서는 부산에서 유세차가 고가 구조물에 끼이면서 관계자 2명이 다쳤다. 같은 해 충남 천안에서는 유세버스 내부 발전 장치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안으로 유입돼 관계자 2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유세차도 일반 차량처럼 안전 기준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법을 손질했다.
현재는 유세차에 무대나 확성장치, LED 전광판 등을 설치하면 '자동차 튜닝'으로 분류돼 차량 높이와 폭, 중량 기준을 맞춰야 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을 통한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예전에는 차량을 꾸민 뒤 곧바로 거리 유세에 나섰다면, 이제는 '튜닝 승인 신청→차량 제작→계측 및 사진 등록→승인 후 운행'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용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TS 자동차검사소에서 일시적 튜닝에 대한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3월 31일 밝혔다./사진=TS 제공
문제는 제도가 현장에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후보 수가 수백 명에 달하는 지방선거에서는 상당수 후보자와 캠프 관계자들이 바뀐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선거 직전에 유세차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즉, 강화된 규정에 비해 현장 안내와 인식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후보자와 업체 모두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충남 금산에 공장을 둔 애드코리아 이기재 대표는 "지금은 승인 없이 구조 변경을 하거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 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아직도 상당수 후보자와 캠프는 이런 내용을 잘 모른다"며 "문제는 법에 걸린다고 해도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몇 달 뒤 경찰 조사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는 이미 당선돼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데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면 당선 무효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선거비용 낭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관련 책임을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기준 강화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최화진 기자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