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 20분경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술렁였다. 8년 만에 남한 땅을 밟는 북한 스포츠 선수단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인천이북실향민도움회, 인천함북도민회 등 실향민 단체와 자주통일평화연대 소속 시민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펼쳐졌고, 상기된 얼굴로 환영 구호를 연습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30여 분 뒤 모습을 드러낸 선수단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짙은 감색 정장 차림의 현철윤 단장, 리유일 감독을 필두로 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빠르게 이동했다. 환영 인파를 향한 고개 돌림도, 미소도 없었다. 입국장 진입부터 공항 출구까지 소요된 시간은 고작 1분 남짓.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오른 선수단은 곧장 사라졌다.
이인철 인천이북실향민도움회 회장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핏줄 아닌가. 연을 끊자는 선택을, 두 개의 완전한 국가로 가자는 방향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현장에는 취재진과 환영단 100여 명이 몰렸고, 안전 유지를 위해 배치된 경찰 병력만 약 50명에 달했다.
통일부 발표에 의하면 이번 방한 인원은 선수 27명,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이다. 내고향 선수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 참가가 목적이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일부터 23일까지 전 경기가 치러진다.
북한 선수단의 국내 경기 출전은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처음이다. 여자 축구에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래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지난 12일 평양을 출발해 고려항공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선수단은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훈련을 소화한 뒤 이날 중국국제항공을 이용해 입국했다. 대회 기간 수원 소재 호텔에 숙소를 마련했다.
20일 오후 2시 멜버른 시티 FC(호주)와 도쿄 베르디(일본)의 준결승전이 먼저 열린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수원FC 위민과 내고향 간 남북 클럽 맞대결이 펼쳐진다. 23일 오후 2시 결승전에서 우승팀이 가려지며,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7천만원)와 준우승 상금 50만 달러가 걸려 있다. 내고향은 이번 대회 유력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한편 200여 개 국내 민간 단체가 결성한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은 환영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따뜻한 우의를 나누길 바란다"며 "승패와 관계없이 양 팀 모두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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