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대국민담화·노동장관 배석…기존 "검토 아냐" 입장에서 선회, 수위 높여
노동부 "일단 18일 사후조정에 집중"…노동계 "노동3권 제한" 반발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옥성구 기자 = 정부가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최후의 카드'로 여겨져 온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노사가 참석하기로 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이 사실상 파업 전 마지막 담판 기회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도 배수진을 치며 양측에 대화로써 해결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담화문 발표 현장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자리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동부 장관 권한이다.
노동부는 그동안 "대화가 필요하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파업이 임박하자 최후의 보루로 평가되는 긴급조정권 카드까지 고려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노위가 조정을 진행한다.
이 조정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노위가 사실상 강제로 중재안을 만들 수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미 지난 3월 중노위 조정 결렬로 쟁의행위권을 확보한 상태인데,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정부가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강제로 멈추게 하고 조정장에 끌고 나오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업계 일각에서 '100조원'으로 주장하는 파업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손실은 막을 수 있겠지만,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정면충돌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 노사의 대화 가능성은 남아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11∼12일 중노위 사후조정에 참석했지만, 노조 측이 협상 불가를 선언하며 결렬됐다.
중노위는 바로 16일 한 차례 더 사후조정에 나올 것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중재 노력에 나섰으나 노조 측이 대화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불발 위기에 놓였다.
김 장관은 15∼16일 연이어 삼성전자 노조 측과 사측을 직접 만나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율을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양측이 18일 사후조정에 다시 나오기로 하면서 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가까스로 찾은 상태다.
사측은 교섭대표위원이었던 김형로 부사장을 교체하라는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노조 측도 교섭 과정 이해를 위해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장에 나오게는 해달라는 사측 요청을 수용하는 등 노사가 한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노동부는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하면서도 당장은 추가 사후조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추가 사후조정이 어렵게 성사된 만큼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일단 사후조정에서 최대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게 정부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 사후조정에 노동부는 직접 참석하지 않지만, 측면에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중노위 사후조정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노사 또한 18일 다시 조정장에 나오기로 하면서 기한을 못 박지 않았다.
하지만 18일부터 파업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 총리가 긴급조정권을 직접 거론한 것은 파업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업계 파장을 막기 위해 노사가 이번에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결론을 내라는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성명에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긴급조정권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규탄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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