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 위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임금 갈등이 아닌 ‘AI 시대 이익 배분 구조 충돌’이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업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사측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실적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을 사내 규정에 명문화할지 여부를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장과 외신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갈등이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AI 서버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 HBM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고객사뿐 아니라 AI 서버 제조사와 클라우드 기업,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미 AI 기업들이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 공급망과 연결된 1700여 개 협력업체에도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IT 전문 매체 테크파워업은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 분석을 인용해 “직접적인 생산 손실보다 고객 신뢰 약화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랜스포스는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공급 확대 과정에서 작은 차질만 발생해도 글로벌 고객들이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물량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역시 삼성전자 공급 차질 가능성이 메모리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경쟁사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는 한국 수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이 PC·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반도체 전문 매체 이고르스랩은 이번 갈등을 AI 시대 노동 가치 재평가 흐름으로 해석했다.
매체는 “반도체 업계는 최첨단 공정과 수율, 대규모 투자에만 집중하지만 실제 생산라인을 움직이는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라며 “삼성이 AI 메모리 호황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직원들 역시 정당한 몫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붐은 단순히 공급망과 수익 구조뿐 아니라 생산 현장의 기대치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직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단순 비용 항목으로만 취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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