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단순하다. 정말 도면을 잘못 봐서 벌어진 일인가.
문제가 된 곳은 일반 건축물의 부속 공간이 아니다. 서울 강남권 핵심 교통 인프라로 추진 중인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사업, 그중에서도 GTX-A와 GTX-C 열차가 지나는 지하 5층 승강장부다. 향후 수도권 광역철도 운행과 환승 기능을 떠받쳐야 할 핵심 구조부다.
유슈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3공구 약 200m 구간에서 기둥 80개 전체에 설계보다 적은 주철근이 들어갔고, 누락된 철근은 약 257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건설 측은 도면 해석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군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GTX 핵심 구조부 공사에서 도면을 잘못 읽었다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한두 개 기둥에서 발생한 착오라면 현장 실수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같은 오류가 수십 개 기둥에서 반복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시공·품질관리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더 따져봐야 할 대목은 자재 흐름이다. 설계대로라면 들어갔어야 할 철근이 실제 시공에 쓰이지 않았다면, 그 철근은 어디로 갔는가. 현장에 반입은 됐는가. 반입됐다면 보관됐는가, 다른 구간에 사용됐는가, 아니면 반출됐는가. 반입대장, 검수기록, 사용량 집계표, 감리 확인서, 반출입 기록을 대조하면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감리의 눈도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주철근 배근은 콘크리트를 붓고 나면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핵심 공정이다. 그래서 타설 전 검측이 중요하다. 기둥 내부에 들어가야 할 주철근이 절반 수준으로 시공됐다면, 검측 단계에서 발견됐어야 한다. 사진 기록은 남아 있는지, 감리단은 어떤 기준으로 승인했는지, 발주·감독기관은 무엇을 확인했는지 물어야 한다.
서울시의 보고 지연도 쉽게 넘길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공사로부터 오류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국토교통부에는 올해 4월 말에야 보고했다. 보강방안 검토와 외부 자문이 필요했다는 설명이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GTX 핵심 구조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면, 상급기관 보고는 보강안 마련 이후가 아니라 오류 인지 직후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대건설 내부 조치도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도면 해석 오류가 맞다면 누가 도면을 잘못 해석했는지, 누가 시공을 승인했는지, 누가 품질검사를 통과시켰는지, 누가 감리 확인을 받았는지 밝혀져야 한다.
현장소장, 품질관리자, 공무·시공 담당자, 협력업체, 감리단 가운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공개돼야 한다.
이번 사안은 ‘철근 누락’이라는 결과보다 “왜 아무도 제때 멈추지 못했는가”라는 과정의 문제다.
현대건설의 도면 해석 오류, 감리단의 검측 실패 가능성, 서울시의 보고 지연, 국가철도공단의 위탁 관리 책임이 한꺼번에 얽혀 있다.
국토부 감사는 단순히 보강공법이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누락된 철근의 행방, 자재 반입·사용 내역, 검측 승인 과정, 내부 징계 여부, 보고 지연 경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대형 인프라 공사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보강하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보강은 필요하다. 그러나 보강은 결과에 대한 조치일 뿐, 원인에 대한 답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하나다.
GTX가 지나는 강남 한복판 지하 구조물에서 철근이 빠지는 동안, 현대건설과 감리단, 서울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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