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무명의 K리거 이기혁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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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무명의 K리거 이기혁의 반전

이데일리 2026-05-17 09:5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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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K리그1 강원FC에서 활약 중인 이기혁(26)에게 월드컵은 남의 얘기였다.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꿈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속에 품게 마련. 하지만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목표였다.

그런 이기혁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명에 가까웠던 K리거가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서게 됐다. 절실함 하나로 버텨온 선수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화려한 스타 계보를 밟아온 선수가 아니었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중심으로 자리 잡은 선수도 아니었다. 여러 팀을 거쳤고, 스스로도 “한 팀에서 오래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라고 했다. 이름값보다 생존이 먼저였고, 박수보다 증명이 익숙했다.

강원FC 구단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 이기혁. 사진=강원FC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가 있던 16일 오후. 이기혁은 소속팀 훈련을 앞두고 있었다. 오후 미팅이 길어지면서 발표 시간인 4시가 지났다. 미팅을 마친 뒤 운동장에 나섰을 때, 감독과 코치들이 먼저 다가와 축하를 건넸다. 그제야 자신이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강원FC 소속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대표에 뽑힌 이기혁은 구단을 통해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무대에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며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상상만 해왔던 일이 현실이 되니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훈련 전에 선수단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도 다 같이 축하해 줬다”면소 “저에게 대표로 한마디 해보라고 해서 선수단과 스태프분들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기혁은 기다림의 시간을 담담하게 보냈다. 예비 명단에 포함된 사실은 알고 있었다.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실망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도 함께 붙들었다.

이기혁은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반대로 안 됐을 때 너무 실망하지 말자는 생각도 같이 했다”며 “감독님께서도 이런 때일수록 더 침착하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그의 축구 인생은 직선보다 곡선에 가까웠다. 빠르게 주목받은 유망주의 서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유망주의 산실이라 불리는 울산 HD 유스 출신이지만 그곳에서 프로 데뷔를 하지는 못했다. 2021년 수원FC에서 K리그 그라운드를 처음 밟았다. 2023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2024년부터 지금의 강원FC에서 자리 잡았다.

프로 데뷔 후에도 거의 매년 팀을 옮겼고, 자리를 잡기 위해 싸웠다. 자신을 보여줄 확실한 기회가 절실했다. 강원FC는 이기혁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됐다.

이기혁은 “강원FC에 오기 전까지 여러 팀을 다녔고, 한 팀에서 오래 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강원FC에 오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많이 했고, 개인적인 목표도 크게 세웠다. 첫 시즌부터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서 좋은 평가도 받았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상승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몸을 만들고,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절치부심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강원FC 멀티플레이어 이기혁. 사진=프로축구연맹


이기혁은 올 시즌 중앙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멀티 자원으로 팀의 핵심이 됐다. 뛰어난 경기 이해도와 정교한 왼발 킥,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은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홍명보 감독은 “이기혁이 센터백, 왼쪽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기록도 그의 성장을 증명한다. 올 시즌 리그에서 전진패스 364회로 전체 10위, 리커버리 147회로 전체 2위에 올랐다. 많이 뛰고, 많이 읽고, 많이 책임지는 선수. 이기혁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다시 썼다. 이기혁의 활약에 힘입어 강원FC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6위로 선전하고 있다.

이기혁은 “작년에는 부상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며 “올해는 몸을 회복하면서 잘 준비했고, 뜻깊은 시즌을 보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디. 준비한 만큼 결과도 따라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혁은 이번 발탁을 개인의 영광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처럼 늦게 빛을 본 선수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스타가 아니더라도, 화려한 이력서가 없어도, K리그 현장에서 매주 증명하면 기회는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기혁은 “정말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하게 월드컵을 목표로 준비했다. 대표팀에 발탁된 만큼 가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누구보다 절실하게 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예비 명단에 들었던 다른 선수들의 이름도 잊지 않았다. 최종 명단의 기쁨 뒤에는 누군가의 아쉬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기혁은 “예비 명단에도 정말 많은 선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 선수들의 노력까지 생각하면서 대표 선수답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열심히 하고 간절하게 뛰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다”고 다짐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이기혁은 단지 대표팀 명단에 오른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다. 경기장에 서고, 뛰고, 부딪히고,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길 원한다. 화려하지 않았던 K리거의 길이었지만, 그 길이 마침내 월드컵으로 이어졌다.

이기혁은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고, 대표팀에 가야 한다고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며 “팬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 월드컵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FC 이기혁.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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