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 부모들은 지금처럼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오늘날 초보 부모들을 위한 수면 가이드라인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레딧'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 질문을 올리자 400개가 넘는 답변이 쏟아졌다.
"극단적이다. 극단적으로 피곤하고, 끊임없이 힘들다"는 한 사용자의 토로에 다른 사용자 수백 명도 깊이 공감했다.
오늘날 부모들이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며, 단순히 수면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가정이 지역사회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모들의 수면 패턴 자체가 아이를 낳은 후부터 변하게 된다. 신생아는 한밤중에도 수유가 필요하고, 미취학 아동은 새벽 5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한다.
인류가 존재해 온 만큼 우리는 자녀를 양육해왔다. 그렇기에 수천 년간 부모라면 수면 부족에 시달려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증거에 따르면 꼭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옛날 조상들은 무엇을 달리했으며,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부모들의 실제 수면 시간은?
일상 대화에서 육아와 수면 부족은 거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하지만 출산 이후 부모들의 수면 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며, 문화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한 독일 여성들은 출산 후 3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임신 전보다 야간 수면 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다. 아버지들의 경우에는 20분가량 줄어들었다.
이들의 수면 시간은 자녀가 생후 3개월일 때 가장 짧았다가 이후 다시 늘어났으나, 아이가 6살이 된 이후에도 부모 모두 임신 전 수준의 수면 시간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출산 직후 기간이 지나면, 부모와 비부모 집단 간 수면 시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독일 연구에 따르면, 6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는 평균적으로 밤에 약 7시간을 잤다. 자녀가 없는 여성은 이보다 10분, 남성은 14분 더 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미국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는 평균적으로 밤에 8~9시간을 잤다. 이는 일반적인 권장 수면 시간 범위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출산 후 36개월 동안 부부 400쌍을 추적 조사한 프랑스 연구에서도 부모 모두 모든 시점에서 평균 8시간 잠을 잤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4.25시간, 어떤 사람들은 12시간을 잤을 정도로 개인차가 있었다)
물론, 이는 대부분 응답자의 자가 보고에 기반하고 있어 수면 시간이 과대 혹은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응답자는 실제 잠에 든 시간이 아니라 침대에 누워 있던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 결과를 전반적으로 종합해 보면, 개인차가 크긴 하지만 많은 부모의 수면 시간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수렵채집 사회인 지역 주민들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 수렵채집 사회 3곳을 분석한 결과, 성인(부모 포함)들은 밤에 6.9~8.5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주 깨어났기 때문에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은 평균 5.7~7.1시간이었다.
중요한 점은, 산업화된 현대 사회의 부모들은 수렵채집 사회의 부모들보다 훨씬 더 큰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면'에 대한 인식
토론토 대학교 '수면 및 인간 진화 연구소' 소장이자 '잠 못 드는 유인원: 사회적 수면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이상하고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저자인 진화인류학자 데이비드 샘슨에 따르면,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성인(이중 대다수가 부모)이 자신들의 수면에 대해 매우 높은 만족감을 보인다.
샘슨 소장은 탄자니아 북부의 수렵채집 사회인 하드자족과 3개월 동안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수면 패턴을 연구했다. "하다즈족 주민들에게 '당신의 수면은 양호한가요, 나쁜가요?'라고 물으면 '좋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반면 현대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주로 낮은 점수가 나온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독일 연구에서 어머니들은 자신의 수면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평가했고, 아버지들은 7.03점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연구에서는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둔 어머니의 거의 4분의 3이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
그렇다고 현대 부모들이 수면 중 더 자주 깨는 것도 아니다. 샘슨 소장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수렵채집 사회 주민들이 오히려 밤중에 현대인들보다 더 자주 깼다.
영국 '더럼 유아 수면 센터'의 소장이자 '아기는 어떻게 자는가: 생후 365일 밤낮에 대한 안내서'의 저자인 헬렌 볼은 "통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 불과 산업혁명 이후라는 점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한 번에 깊이 계속 잔다'는 개념은 아직도 전 세계에서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볼 소장은 멕시코 내 산간 마을 2곳과 수도 멕시코시티 청소년들의 수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산간 지역에서는 '통나무처럼 곤히 잔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고 한다.
"멕시코시티에서만 이러한 깊은 수면에 대한 개념이 익숙했습니다."
인류 조상들은 지금과 달리 아마도 한 번에 쭉 깊게 자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볼 소장은 "그들은 오전 9시~6시까지 일하는 오늘날의 직장인처럼 다음 날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밤에 일정량의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도 않았고, 중장비를 조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그런 것들이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기의 수면 서식지
다만 고대 사회의 부모들은 오늘날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수면을 바라보았다.
샘슨 소장이 하드자족과 함께 생활했을 당시, 그는 아기의 분리 수면 등 미국에서는 흔한 육아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하드자족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계속 '왜? 대체 왜요? 왜? …'라고 물었다"고 한다.
하드자족 어머니들은 아기와 함께 잠을 자며 밤새 모유 수유를 한다. 지금껏 연구된 거의 모든 수렵채집 사회를 포함해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이러한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습에 대해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학교 '모자 행동 수면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인류학자 제임스 맥케나는 '브레스트슬리핑(모유 수유 수면)'이라고 명명했다.
맥케나 소장은 "신생아와 어머니의 수면, 모유 수유하는 시간과 하지 않는 시간 등은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면서 "이 모든 것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엄마의 몸이 아기의 서식지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모유 수유가 어머니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모유 수유가 부모가 느끼는 휴식의 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와 함께 자는 어머니와 분리 수면한 어머니의 평균 수면 시간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함께 자는 경우에는 밤에 조금 더 자주 깨는 다신, 다시 잠드는 속도도 더 빨랐다.
이러한 차이는 어머니들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볼 소장의 말처럼 "어머니들은 밤중에 자신들이 얼마나 자주 수유를 하거나 아기를 확인하는지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수유 중임에도 완전히 잠에서 깨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밤중에 깼던 기억 자체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다음날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더 개운하게 쉬었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수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에너지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수면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수록 밤에 더 편안히 쉴 수 있으며, 낮에 피로도 덜해질 수 있다.
한편 직접 모유 수유를 하면 분유를 먹이거나 미리 모아둔 모유를 먹이는 어머니들에 비해 수면의 질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모유 수유 중에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급증하는데, 이는 졸림을 유발한다.
일례로 1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모유 수유를 하는 어머니들이 분유를 사용하는 어머니들보다 평균 40~45분 더 오래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12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출산 후 한 달 동안 모유 수유만 한 어머니들이 분유를 사용한 어머니들보다 밤에 평균 30분 더 많이 잔 것으로 보고됐다.
샘슨 소장 또한 이를 직접 경험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딸이 태어나고 3개월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고생했다. 그러던 중 하드자족에서 관찰했던 것처럼, 공중 보건 지침에 따라 '모유 수유 수면'을 시도해보았다.
이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아내는 굳이 앉아 있을 필요도, 완전히 깨어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아 딸이 젖을 먹고 있구나'라고 인지한 뒤 바로 잠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모든 연구 결과가 아기와 함께 자는 부모는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39가구의 자녀가 첫돌을 맞을 때까지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는 아기와 같은 방이나 침대에서 자는 어머니는 분리 수면을 하는 어머니보다 잠을 자며 더 자주 방해받았다. (물론 인과관계를 명확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성향상 더 예민하거나 불안한 여성일수록, 즉 더 자주 깨는 어머니일수록 아기를 가까이 두고 싶어 했을 가능성도 있다)
각성 정도의 중요성
한편 어머니가 깨어 있는 동안 얼마나 각성된 상태인지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부모들에게는 아기는 별도의 침대에 혹은 아예 다른 방에서 재우라는 조언, 수유하거나 재울 때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라는 조언, 아기의 수면 시간과 수유 시간을 세세하게 기록하라는 조언 등을 듣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 조상들은 전혀 하지 않았을 행동들이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의과대학의 파멜라 더글라스 교수는 이러한 모든 자극이 우리 신체에 각성 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러한 조언 중 일부는 바로 그것을 목표로 한다.
소파나 안락의자 등 원래 잠들도록 설계되지 않은 공간에서 아기와 함께 깜빡 잠이 들 경우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위험이 최대 67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부모에게 야간 수유 중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부모가 야간 수유 중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부모가 오히려 그런 위험한 장소에서 깜빡 잠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기를 재운 뒤 정작 부모는 다시 잠들기가 더 어려워져 궁극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
부모의 수면 질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반영하면서도 부모와 자녀의 안전을 지키고자 더글라스 교수는 수면 중재 프로그램 '포섬('주머니쥐'라는 뜻)'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부모의 마음챙김과 휴식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아기의 수면 및 수유 시간을 굳이 기록하지 말라고 권하며, 아기가 "젖을 물고 잠들도록" 두라고 제안한다.
수면이 부족 할 수밖에 없지만 … 도움받아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인류학 교수이자 진화적 양육에 관한 여러 책을 저술한 사라 블래퍼 허디는 인간에는 한 가지 놀라운 역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른 종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아기는 매우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기에 양육자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수만 년 동안 생존해 온 과거의 수렵채집 사회는 식량을 구하는 데만도 엄청난 칼로리와 시간을 소모해야 할 정도로 험난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과거 조상들은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자녀에게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쏟을 수 있었고, 인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자녀를 낳을 수도 있었다.
허디 교수는 "어머니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양육과 자원 제공에 있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 인구 집단은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종 역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동 양육자에는 할머니나 나이 많은 형제자매와 같은 가족들도 포함되지만, 혈연관계가 다소 느슨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인류학자들이 중앙아프리카의 에페족을 관찰한 결과, 생후 18주 된 영아는 60%의 시간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다. 심지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이 모유를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양육 형태가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형태가 바로 비용을 지불하고 양육을 맡기는 시스템이지만, 이 또한 재정적 부담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이중 노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있는 가구의 50% 이상이 맞벌이이며, 유럽 연합에서는 그 비율이 60%를 웃돈다.
성별 격차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육아와 가사 노동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된 탓에 특히 어머니들의 피로감이 더 크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에는 자녀 수가 더 많고, 형제자매 간 나이 차도 적은 편이다.
허디 교수를 비롯한 인류학자들의 조사 결과,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형제자매 간 터울이 평균 4년 정도였다. 그러다 농경과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들은 더 짧은 간격으로 자녀를 많이 낳게 됐다.
따라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조상들은 대체로 한 번에 아기 한 명만 돌보면 됐었기에 이 또한 피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부모들이 호소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실제로 수면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수면 패턴과 생활 방식이 변해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신생아를 키우며 잠을 설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고, 인간은 그걸 감당하고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 종이 살아남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대가였는데, 문제는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이러한 회복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샘슨 소장은 "우리는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하고, 다양한 삶의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면서 "인생에는 그래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인생의 목적이 '수명 관리'가 아닌 현재 주어진 중요한 임무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순간이다. 나는 출산과 양육이 바로 그런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말 잠을 덜 자도 괜찮은 시기가 있는 것일까.
"진화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100%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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