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노조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뉴스1
17일 정부에 따르면 노사는 18일 오전 10시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연다. 앞서 지난 11~13일 사흘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후 중노위가 추가 조정을 제안했고, 노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을 중단하고 귀국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전날 오후 2시 25분쯤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입국장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세 차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회장은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항상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주머니에서 입장문을 꺼내고 있다. / 뉴스1
노조를 향해서는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이 노사 문제를 두고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관련 사과 이후 6년 만이며, 2022년 10월 회장 취임 뒤로는 처음이다.
이 회장은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예고된 총파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 6000여 명에 달하는 등 파국이 임박하자 직접 머리를 숙이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회장은 귀국 이후 협상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에는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18명이 별도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 대화를 요청했다. 사장단은 사과문에서 "반도체는 24시간 쉼 없이 공정이 돌아가야 하는 장치 산업으로 결코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산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밝혔다.
노사는 전날 오후 4시쯤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에서 사전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가 이뤄졌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 대신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을 새 교섭대표로 내세웠다. 노조가 교섭 과정의 연속성을 위해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에 배석하는 방안을 수용하는 등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선 모습이다.
초기업노조 공동투쟁본부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직원들이 회사와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노조에 가입했다"며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전 미팅에 대해서도 "사측이 노사 신뢰 훼손에 대해 사과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저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뉴스1
정부도 막판 중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으로 노사 양측을 각각 만나 대화를 촉구했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2차 사후조정을 참관하기로 한 것도 이번 협상의 무게를 보여준다. 2차 사후조정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세종시 중노위에서 시작된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13일 사흘간 중노위 사후조정을 벌였으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최 위원장은 당시 "12시간 가까이 기다려 받은 조정안이 오히려 기존 요구에서 퇴보한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중노위가 추가 조정을 제안했고, 노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지급 기준, 제도화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고, OPI(초과이익성과금) 상한(연봉의 50%)을 폐지한 뒤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 원 기준으로 영업이익의 15%는 45조 원으로, 반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6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사측은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 10%를 상한 없는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이 경우 반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4억 원 수준이다. 제도화에 대해서는 특별포상을 통한 유연한 방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규모에 대해서는 노조가 영업이익 배분율을 일부 낮추는 대신 OPI 최대 50%를 주식으로 받는 OPI주식보상제도 확대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영업이익 10%와 1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제도화를 놓고는 노조가 "과거 회사가 성과가 좋을 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제도화가 미래 투자 여력을 줄이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맞서고 있어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총파업이 예정대로 강행될 경우 규모는 2024년 파업보다 크게 확대된 최대 3만~5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에 따른 직·간접 손실은 산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은 이미 삼성전자에 공급 차질 규모와 대응 방안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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