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국내 주요 10개 대형 증권사가 올해 1분기 개인 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을 내 투자)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이 6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급등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이자수익도 1년 새 절반 이상 늘었다.
17일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신한·메리츠·키움·하나·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분기보고서를 연합뉴스가 집계한 결과, 이들 증권사가 1분기 신용융자거래에서 거둔 이자수익은 총 6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천846억원)보다 55.9% 증가한 수준이며,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5천262억원)보다도 14.0%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 투자자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부터 ‘불장’(강세장)을 이어가며 코스피가 전인미답 구간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4,200선이던 코스피는 올 1분기 중 6,000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 호황을 등에 업고 신용융자 잔고도 급증했다. 10대 증권사의 1분기 1일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126억원으로, 분기 평균 기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평균(17조2천877억원)보다 79.3%나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4분기 평균(26조34억원)과 비교해도 19.2% 증가했다.
10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체 업계의 약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올 1분기 전체 시장의 평균 신용융자 잔고는 21조∼25조원 수준이며, 이자수익 규모로 볼 때 실제 적용된 평균 금리는 연 8∼9% 수준의 고금리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회사·상품별로 다르지만, 신용융자 기간에 따라 대체로 연 5% 안팎에서 시작해 90일을 초과하는 장기 이용 시에는 연 10%에 육박하는 금리를 매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1분기처럼 상승장이 이어진 국면에선 신용거래융자를 활용해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 비용의 몇 배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증권사별 ‘빚투 이자’ 의존도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1분기 순이익의 25%를 웃도는 반면, 다른 곳은 순이익의 10%에도 못 미쳤다. 또 어떤 증권사는 직전 분기보다 이자수익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사업 구조에 따라 차이가 뚜렷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자수익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10대 증권사의 1분기 총 당기순이익은 4조3천320억원으로,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6천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8%였다. 이는 지난해 1분기(18.7%)보다 4.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4분기에는 충당금 적립 영향 등으로 이자수익 비중이 26.1%까지 치솟은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 이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증권사 수익 구조가 수수료·리테일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긍정적”이라며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과 자기자본투자(PI)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용융자 잔고와 이자수익이 동시에 급증한 상황에서 향후 증시 조정 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확대와 연쇄 상환 부담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는 고금리 신용거래 비중이 커진 만큼, 시장 변동성 확대 시 투자자 보호 장치와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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