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쿠바 수도 아바나의 세계문화유산 지구가 관광객 실종 사태를 맞고 있다.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고, 간간이 기타를 연주하는 악사들만이 손님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암보스 문도스'는 굳게 닫힌 문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산타 이사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는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투숙했던 이 유서 깊은 숙소마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마돈나와 제이지 같은 세계적 팝스타들의 발길이 닿았던 사라토가의 경우 더욱 처참했다. 2022년 가스 폭발 참사 이후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고, 앙상한 건물 골조만이 스산하게 남아 있었다.
쿠바를 상징하는 클래식 올드카 사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100대가 넘는 알록달록한 차량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던 전성기는 옛말이 됐다. 이날 눈에 띈 차량은 고작 두 대에 불과했다. 12년간 올드카 관광업에 종사해온 에르네스토 소사 씨는 "이토록 파리 날리는 시절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는 더 힘든 이들이 있다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페인트가 벗겨질 대로 벗겨진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짠 바닷바람에 빨래가 펄럭이는 모습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 반파된 구조물들은 팔레스타인이나 이란의 전쟁터를 연상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은 쿠바 차례'라고 언급했던 발언이 이미 현실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군사적 공격 없이도 경제 봉쇄라는 '보이지 않는 폭격'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이곳은 증명하고 있었다.
낡은 골목을 직접 걸어보니 쿠바인들의 고단한 삶이 오감으로 전해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들 사이로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고, 폭염 속에서 상해가는 음식 냄새와 화장품 향이 뒤섞였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해변의 낭만, 시가와 모히토, 살사와 재즈로 대표되던 '꿈속의 쿠바'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소사 씨가 묵직한 충고를 건넸다.
"이곳에서는 시선을 위로 향한 채 걸어야 합니다. 주변 풍경에 넋을 빼앗기면 안 돼요. 언제든 건물 파편이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앞도, 아래도 아닌 위를 주시하세요. 당신이 불운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요."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